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RetroTech 팟캐스트 44BITS 팟캐스트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투어 #1

지난 11월 12일부터 22일까지 9박 10일로 샌프란시스코에 갔다 왔다. 갔다 온 지가 좀 됐는데 바빠서 이제야 후기를 올린다. 2년 전에 컨퍼런스 때문에 나갔다 온 뒤로는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미국에 가다 보니 매년 가고 있다. 올해는 여름에 바빠서 휴가도 많이 남아서 가을쯤에 괜찮은 콘퍼런스를 하나 찾아서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은 혼자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같이 가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RC의 8월 채팅 대화

8월 말에 농담처럼 "샌프란시스코에 오피스 투어 갑시다."이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에 농담으로 얘기한 건 아니었지만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일정을 맞추는 게 쉬운 일도 아니라서 진짜로 갈 수 있을지는 잘 몰랐다. 심지어 10월 초까지만 해도 가는 건가 마는 건가 하는 얘기가 계속 오갔다.

오피스 투어

처음에 얘기가 나왔듯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들의 오피스를 방문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다들(?) 관광 같은 건 안 해도 된다는 의견이었고 오피스를 최대한 많이 방문하자는 목적이었다.(이런 구성으로 멤버가 되기도 쉽지 않을 듯...) 나는 전에도 샌프란시스코에는 가봤고 가면 보통 유명한 회사에 가보려고 했지만, 기껏해야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는 것이 전부였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모르는 사람이 우리 사무실에 놀러 온다는 게 잘 상상이 안 되므로 나도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어쨌든 오피스 투어를 가기로 했으므로 가능한지 여기저기 문의해야 했고 가능한 회사 위주로 일정도 잡아야 했다.

관심있는 기술이나 좋아하는 회사 위주로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주 큰 회사가 아니면 보통 오피스 투어 프로그램 같은 것이 없어서 공식 support 메일로 문의하면 왠지 거절당할 것 같아서 직원의 이메일을 찾아서 직접 보냈다. 미리 알고 있던 사람한테 연락을 하거나 아는 사람이 없으면 Github에서 괜찮아 보이는 사람의 이메일을 찾아서 냅다 문의했다.

Gmail에서 주고 받은 메일

우리가 문의한 회사는 Docker Inc, Dropbox, Coursera, Stripe, CoreOS, npm Inc, Boundary, Mozilla, Sourcegraph, Github, Medium, Automattic, Facebook 등이다. 일부는 아예 대답을 안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기대보다 훨씬 흔쾌히 받아줬고 거절하더라도 대답을 해주기도 했다.

오피스 일정 정할 때가 꽤 힘들었는데 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외국 애들은 이메일을 꽤 많이 사용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업무 메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3~5일 뒤에나 답장이 오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게 오래 걸리면서 거절도 아니고 흔쾌하게 와도 된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일단 어느 회사를 갈 수 있는지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어느 회사를 언제 갈지와 함께 우리가 움직일 동선을 정해야 했다. 최대한 일정을 채워넣으면서 일정을 정했고 꽤 많은 회사가 샌프란시스코 내에 있어서 그나마 동선을 잡기는 쉬운 편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도 일부 회사는 허락만 받아놓고 일정은 못 정하기도 했고 몇몇 회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중에 가기로 하기도 했다.

사용한 서비스

오피스 투어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글을 분리할 겸 사용한 서비스를 정리해 보자. IT 서비스에 관심도 많다 보니 해외에 나가거나 기회가 생기면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써보는 편이다. 실제로 편리하기도 하고..

airbnb

airbnb는 이제 워낙 유명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서비스다. 2년 전부터 외국에 나갈 때는 항상 airbnb를 이용하고 있는데 주로 도심 위주로 다니다 보니 가격이 제일 중요했으므로 적당한 위치에 저렴한 집을 구하기가 airbnb가 제일 좋았다. 이전에도 4~5번 정도 이용했는데 항상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으므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airbnb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나를 포함해서 셋이 가기 때문에 셰어하우스를 이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에도 한번 셰어하우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저녁이나 아침마다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하기도 편했고 가끔은 파티도 하고 해서 현지인이나 여행객들과 교류하기가 좋았다. 하지만 막상 집을 구하다 보니 적당한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출발 10일 전에서야 집을 구하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우리끼리는 같은 방에 있거나 최소한 같은 숙소에 있어야 편한데 3자리나 빈 숙소를 찾기가 좀 어려웠고 시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가격도 비쌌다. 그래서 숙소를 찾아보다가 이 가격이면 그냥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숙소를 이용해도 가격이 비슷하겠다 싶었다. 여러 집을 알아보다가 아주 좋아 보이는 집을 찾았다. 사진상으로도 좋아 보였지만 일단 가격이 무척 쌌다. 사실 그 가격에 나올 수가 없는 가격인데 새로 빌려주는 집이라 별점을 얻기 위해서 30% 정도 싸게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숙소 27 Club

유니온스퀘어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Tenderloin의 경계에 있었다.) 27 Club이라는 곳으로 27살에 사망한 유명인들을 기리는 컨셉이라서 커트 코베인이나 지미 헨드릭스 등의 사진, 책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실제 클럽은 아니고 방을 여러 개 준비해놓고 빌려주면서 수익을 버는 것 같았다. 도착해 보니 침실 외에 부엌이나 화장실도 넓어서 숙소가 매우 좋았다. 솔직히 작년 출장 갈 때 이용했던 호텔보다 가격도 싸면서 숙소는 훨씬 좋았다. 집주인도 좋아서 냉장고에 음료도 준비해 주고 캡슐커피도 맘껏 먹으라고 하고 와인도 한 10병 준비해놓고 맘껏 먹으라고 해서 일정동안 숙소에서 정말 편하게 지냈다. Neflix도 잘 나와서 숙소에 있을 때는 계속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놓고 있었다.(아. Netflix 좋네)

Uber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쟁점이 되고 있는 Uber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용하기가 정말 편했는데 택시보다 가격도 싼 느낌이었고 차량이 많아서 부르면 거의 5분 이내에 차가 왔다. 외국에 나갔을 때는 길을 잘 모르는데 택시는 별로 친절하지도 않으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가끔은 택시기사랑 논쟁도 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불편했는데(콜택시 같은 거는 호텔 등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어디서 불러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Uber는 앱을 이용해서 예약하고 이동만 하면 되니까 정말 편했다. 차가 없을 때 멀리 이동해야 하면 거의 Uber를 이용했다.

Lyft 차량도 꽤 많이 보였는데 실제로 이용해 보진 않았다. 근데 실제로 분홍색 콧수염을 달고 있는 차량을 보니 좀 촌스럽게 느껴지던...

Getaround

Getaround는 이번에 처음 이용해 본 서비스다. 미국 간 김에 테슬라는 한번 빌려서 타보자고 얘기가 돼서 美서 카쉐어링으로 테슬라 빌려 타기라는 글을 보고 가입을 했다. 사용하려면 가입 후 운전면허를 인증받아야 하는데 고객센터에 메일 보내서 문의한 뒤에 국제면허증, 여권, 영문 운전 경력증명서(Certificate of Driver’s License, 경찰서에 가서 발급받으면 된다. 한글 증명서는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데 영문은 이름 표기 때문에 방문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를 보내면 바로 인증해 준다. 고객센터가 빨라서 보내면 거의 24시간 이내에 다 처리가 된다.

원래는 Tesla Model S를 빌리려고 가입했지만, 현지에서 렌터카 이용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렌터카는 모두 Getaround를 이용했다. Getaround는 렌터카의 airbnb라고 할 수 있는데 차량은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시간보다는 보통 세워두는 시간이 많으므로 이 시간에 다른 사람한테 차를 빌려주고 수익을 올리라는 서비스다.

Getaround 화면

개인이 차를 빌려주는 방식이므로 차는 다양한 위치에 있고 위 지도처럼 차의 위치와 종류, 시간당 이용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차이므로 차마다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나 날짜가 다르므로 원하는 차를 찾아서 차주가 승인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앱으로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예약한 시간에 자동차가 세워진 곳으로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차 근처에서 예약시간이 되면 앱을 통해서 차 문을 여닫을 수 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앱에서 버튼을 누르면 바로 차가 열리게 되므로 차주를 만나거나 할 필요도 없고 개인 사정에 따라 정확한 시간이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아주 편하다. 차 키는 보통 차량 안에 준비해 놓으므로 중간에 내릴 때도 폰만 가지고 다녀도 상관없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경우 시내에서는 주차도 힘들고 주차비도 비싸서 당일치기로 렌터카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렌터카 업체가 대부분 5시 이전에 닫아버려서 일찍 와서 반납하거나 그 다음 날까지 가지고 있어야 했다. Getaround는 원래의 주차장(대부분은 차주가 이용하는 장기 주차장 같은 게 있었다)에 시간 내에 갖다 놓으면 되니까 일정에 따라 원하는 만큼 빌릴 수가 있었다.

다만 주의점은 이용시간 전 24시간 이내에 취소할 경우 최초 24시간 이용금액은 돌려받지 못한다.(예약했다 취소하는 경우 차주가 차를 쓰지 못하기 때문인 듯...) 우리처럼 당일치기로 이용하는 경우에 갑자기 취소하게 되면 그냥 전액을 날리게 된다. 그래도 이번에 이용하면서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앞으로 북미에 가면 대부분 Getaround로 차를 이용할 듯하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에는 Getaround외에도 zipcar같은 서비스도 꽤 많이 보여서 이런 류의 서비스가 상당히 활발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Meetup과 Eventbrite

meetupEventbrite는 우리나라로 보면 onoffmix같은 모임 사이트이다. 미국 가면 보통 저녁에는 별로 할 게 없어서 이런 사이트를 수시로 검색해서 갈만한 세미나를 찾아서 가는 편이다. 지역따라 다르긴 하지만 Meetup은 가면 일정에 맞는 꽤 많은 세미나를 찾아볼 수 있어서 좋은 세미나를 경험하거나 다른 오피스를 가보게 되는 경험을 얻기도 해서 이번에도 많이 이용했다. Eventbrite에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종종 Meetup에 올라오지 않는 모임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일정 정하느라고 밋업은 나중에 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놓친 밋업도 좀 있다. 예약하고 안가거나 취소해도 되므로(무료인 경우) 일단 간다고 해놓고 일정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술 세미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문화행사나 모임도 올라오므로 취미에 맞는 걸 찾아서 현지인이나 여행객을 만나보기에도 좋다.

Tesla Model S

우리는 차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Tesla Model S에는 관심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한번 타보자는 얘기가 됐다. 원래는 Getaround로 2~3시간 정도만 이용하려고 했는데 2~3시간만 몰고 다시 돌아오기도 힘들고 마운틴뷰 쪽에 갈 때 어차피 차가 필요해서 그냥 Tesla를 온종일 빌렸다.(시간당 30$ ㅠㅠ) 단순히 이동용으로 빌린 게 아니므로 반나절 정도는 해안도로를 달리며 드라이브를 했다. 거의 8천만 원이나 하는 차를 Getaround로 몇십만 원 벌어보겠다고 빌려주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막상 타보니 마케팅 용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차가 너무 새 차인데다가 깨끗해서 누가 사용하는 차가 아니라 렌트용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Getaround가 마케팅용으로 준비해서 서비스를 이용해 보도록 한 것으로 추측한다.

2014 SF Trip

전기차라서 차주가 사용법을 설명해 주겠다고 해서 예약한 시간에 가니까 차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용방법이나 기능을 약간 설명해 주고 우리끼리 출발 전에 사용방법을 더 파악해 봤다.

Tesla 자동차 키

위는 Tesla의 자동차 키다. 특이하게 Tesla의 모형처럼 생겨서 천장 부분을 누르면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앞쪽과 뒤쪽은 각각 트렁크를 여는 버튼이다. 차 키도 예쁘면서 사용하기가 아주 편하다. 그리고 Tesla는 시동 같은 게 없다.(전기차는 다 그런가...) 그냥 전자제품처럼 버튼을 눌러서 차 문을 열면 차가 켜지고 밟으면 그냥 앞으로 간다. 전자제품처럼 그냥 켜고 끄기만 하면 되는데 생각해보면 당연하면서도 신기하다. 사실 우리도 처음에 타고 무척 당황해서 검색해서 시동이 없다는 걸 알아냈다.

Tesla의 대형 액정

가운데는 아이패드 2배가 넘어 보이는 대형 액정이 달려 있고 차에 대한 조작은 모두 이 스크린을 통해서 할 수 있다. 3G가 연결되어 있어서 인터넷이나 구글맵도 볼 수 있고 음악도 스트리밍으로 나온다. 마치 아이폰처럼 차의 배터리 표시도 나오는 게 귀엽다. 다만 펌웨어가 낮은 것인지 내비게이션기능을 찾을 수가 없어서 지도를 보고 찾아다녔다.(2014년 형이다) ㅠㅠ 터치스크린 액정이라 운전 중에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대형 스크린이라 그런지 약간 메뉴만 파악하고 나니까 운전 중에 에어컨 등의 메뉴를 조작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고 꽤 편했다.

2014 SF Trip

계기판도 액정으로 되어 있고 현재 플레이 중인 음악도 표시되고 좌측에는 에너지 효율이 그래프로 나온다. 전기차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한참 봐도 그래프를 어떻게 보는지는 잘 모르겠다.

2014 SF Trip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Tesla는 엔진이 바퀴 쪽에 있으므로 앞에도 엔진 대신 트렁크가 있다. 신기해서 내 가방은 앞쪽에 넣었다. ㅎㅎㅎ

내가 차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차는 정말 잘 나간다. 전기차지만 일반 차와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고 비싼 차라서 당연하겠지만, 훨씬 잘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운전 중 엔진 소리가 거의 안 나서(실제로는 아예 안날 수도 있는데 위험해서 일부러 소리를 넣었다고는 하는데) 달리는 중에는 엔진소리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침 10시부터 거의 계속 운전하면서 저녁까지 타고 다녔는데 승차감도 좋고 가속도 좋아서 아주 맘에 들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급가속을 하더라도 자동차 특유의 엔진 배기음이 전혀 안 나면서 바로 가속이 되는 느낌이 생각보다 아주 특이하게 느껴진다.

오피스 투어 얘기는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이 글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투어 #2로 이어진다.

2014/12/13 23:54 2014/12/13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