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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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제한적 본인확인제 검토에 대한 기사를 보고

오늘 방통위에서 트위터의 이용자 확산에 따라서 본인확인제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얼마전에 유튜브의 본인확인제를 구글이 거부한 사건도 있었는데 이건 더 어이없는 일입니다. 생각난 김에 관련해서 실명확인에 대한 얘기나 해볼까 합니다.



주민등록번호 필요한가
물 론 본인확인제뿐만 아니라 저는 주민등록번호를 지금처럼 사용하는 것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웹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웹사이트가 왜 이렇게 본인확인이라는 것에 연연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초기 국내 웹환경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주 초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웹 1.0시대에는 전혀 수익모델은 없었지만 닷컴열풍이 불면서 그 기업의 가치가 곧 회원수였습니다. 지금도 약간 그렇지만 사이트의 회원수가 증가하고 기업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실제 회원수 곱하기 얼마하는 식으로 기업을 평가해서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는 입장에서는 회원수가 허위회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어했고 파는 입장에서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복가입을 막기위해 가장 편한 주민등록확인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모든 사이트가 당연한듯 주민등록번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 풍토는 국내 웹사이트에 아주 팽배해져서 아무리 작은 사이트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고 심지어는 동네 PC방 회원가입란에도 주민등록번호 입력란이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갖가지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면서 막상 그 정보를 어떻게 어떻게 활용할 건지 계획조차 없습니다. 사실 웹에서는 회원이 중요하지 그 회원이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웹사이트에서 Outsider를 쓰는 내가 실제 오프라인에서 누구인지는 전혀 필요치 않습니다. UV, PV하듯이 요즘은 실제 엑티브 유저 혹은 구매회원이 필요하지 내가 아이디를 2개를 돌려서 2개를 열심히 하든 1개에만 집중하든 사이트입장에서 구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What Is Identity
Image by Dominic Sayers via Flickr

하지만 이렇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대신 가지는 리스크는 상당히 큽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해서 관리해야 되고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보안도 높여야 되고(물론 보안은 이거 아니더라도 높여야 되지만요.) 요즘은 주민등록도용때문에 실명확인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실명확인을 하면서 대행업체에 비용도 계속 지불해야 합니다. 사실 이 실명확인도 금융정보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기록이 없는 사람은 실명확인조차 되지 않는 반쪽짜리 시스템입니다. 거기에 대형사이트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되면 그 피해규모는 엄청나죠. 특정업체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개인정보로 이슈가 되었던 옥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옥션에서 outsider라는 아이디로 가입했을때 이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실제 누구인지를 알고 있을 필요가 있나요? 배송할때는 제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사람에게 배송받을 수 있고 카드를 이용한 결제는 별도의 프로세스를 이용해서 진행이 됩니다. 제가 옥션을 이용하고 옥션이 outsider라는 회원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실제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필요치 않습니다.

물론 뱅킹등 실명정보가 필요한 사이트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소수일뿐 전혀 필요치 않은 사이트들이 훨씬 많습니다. 수익모델고민이니 UI니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고민해보지 않는 전형적인 관리편의주의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OpenID를 상당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본인확인제
하지만 국내에서는 웹이라는 시대를 역행해버리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어이없는 법이 시행되면서 웹사이트들의 주민번호관리를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버려서 대형사이트들은 이젠 주민등록번호를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않게 됩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정치적인 성향 얘기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법에 대한 의도같은 것은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일 게시판 이용자가 10만명이 넘는 경우는 본인확인을 해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법때문에 사이트가 커지면 본인확인의 부담도 같이 안아야 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웹이 그냥 컴퓨터에서 e아이콘을 클릭하면 되는거 정도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댓글의 욕을 없애고 서로 모욕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실효성도 없는게 사실이고 웹은 오프라인처럼 제한된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IT기업들은 IT기업대로 울며겨자먹기로 따를수밖에 없었고 어쨌든 법시행은 그냥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튜브와의 본인확인제 충돌로 인하여 이 생각없는 법의 한계가 드러나버립니다.

동영상 UCC의 대표격인 유튜브가 국내서비스가 진행되고 많은 동영상이 공유되자 정부에서는 유투브에도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요구하고 맘처럼 진행될줄 알았겠지만 구글은 이를 거절해 버리고 한국국적으로는 글을 남길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구글로써는 그렇게 굴욕적으로까지 하면서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테고(처음 듣고는 미국본사에서는 이게 뭔말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사람들이 아예 접속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큰 피해는 없다고 판단했으리라 보입니다. 사실 국가선택만 바꾸면 글을 남길 수 있고 프록시를 타거나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 법 덕분에 국내 포털에서 OpenID 컨슈머 지원을 해달라든지 해외 사이트들과 OAuth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없어졌습니다. ㅠ..ㅠ



트위터에도??
이 때도 구글이 한국이 IT에서 퇴보하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흥분하는 걸 보고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이젠 트위터에도 이걸 적용하려고 고민한다니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안나올 정도입니다. 트위터를 선거활동에 이용했다는 오바마를 만나고 오더니 이명박 대통령이 트위터에 가입할까 생각중이라는 얘기를 하더니 몇몇 정치인이 발빠르게 트위터에 들어오더니 김연아가 트위터한다 트위터가 대세다 하면서 언론에서 나오니까 엄청 큰 사이트라고 생각했나 봅니다.(조사도 안하나요? ㅡ..ㅡ) 사실 세계적으로 트위터의 성장은 엄청 나고 대세인 것이 확실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 아무리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비합니다. 데이터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만여명정도 되지 않을까 싶고 한달에 활동하는 회원은 그보다도 못할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순전히 개인적인 예상입니다.) 일일 10만명이 될라믄 멀었고 제 예상보다 국내에서 트위터의 성장이 꽤 되기는 하지만 사실 10만명까지 갈꺼라고는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Twiiter 로고
Image by JoshSemans via Flickr

더군다나 정말 어이없는건 10만명이건 100만명이건 트위터에는 이걸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트위터는 구글코리아처럼 한국지사가 존재하지 않고 웹사이트를 미국에서 오픈해 놓은거 외에는 국내에서 활동이 전혀 없습니다. 할 필요도 없지요. 이건 트위터가 국내법 적용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고 우리도 강제할 수가 없습니다. 방통위에서는 메일보내서 해달라고 사정해 볼 생각인걸까요 아니면 적용하라고 지시만 하면 트위터가 벌벌 떨면서 열심히 실명인증 대행기관에 비용지불에 가면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적용할꺼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리고 설사 트위터가 한국정부의 요청을 받고 구글처럼 국내유저를 막는다고 하면 그냥 프록시타고 들어가면 끝입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유저들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겠지만요.



저런 기사가 났다고 트위터가 본인확인제가 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은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나름 IT강국이고 앞으로 더욱 경쟁력을 키워도 모자랄 IT분야에 대해서 저런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컨트롤 한다는게 눈물이 날정도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2009/07/08 02:25 2009/07/0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