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종신 교수이면서 25년간 '심리적 안정감'을 연구한 에이미 에드먼슨이 조직 내 심리적 안정감에 관해서 설명하는 책이고 회사의 동료들과 독서 모임으로 같이 읽었다. 항상 느끼던 거지만 이런 류의 책은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똑같이 조직이나 문화에 대한 얘기라고 하더라고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처럼 더 실무와 경험을 담은 책이 많이 와 닿고 이 책이나 이전의 다른 리더십 책처럼 컨설팅 느낌의 조언이 모인 책은 좋은 말 모음집처럼 느껴져서 좋은 말이긴 하지만 또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성격이 그래서일지도...)
오늘날 기업의 형태로 모인 조직에서 '침묵의 힘'은 압도적이다. 직장인 대다수는 '유감스러운 상황'보다 '안전한 상황'이 더 낫다는 암묵적인 논리에 젖어 있다. 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습해온 결과다. 인간관계가 나빠질까 봐, 문제를 제기할 자신이 없어서, 나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견이 있음에도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한다.
넓은 의미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거나 응징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수와 우려를 기꺼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실패를 보고하기 두려워하는 문화는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조직에서 발견되는 흔한 현상이다. 따라서 리더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른 전통적 조직에 비해서 IT 조직은 꽤 오랫동안 이런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타 분야보다는 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한국이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이런 부분이 뒤처지는 걸 생각한다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는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만들지 않고 시스템의 문제로 만들려는 부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IT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니까 개인의 문제로 만드는 조직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리적 안정감'을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의견을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질책당하거나 징계받지 않는다면, 즉 구성원 모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면 동료들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이나 질문, 우려 사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은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때야 비로소 생긴다.
심리적 안정감은 각각의 개별 조직이 가진 고유한 자산이다. 같은 회사에 소속됐다고 해도 팀별로 분위기에 따라 심리적 안정감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어렵긴 하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건 모인 사람 수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5명이 모인 회의에서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지만 200명이 모인 회의에서는 자가 검열이 더 강하게 동작하는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똑같지 않은 게 당연한 거 같으면서도 왜 달라지는 걸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된다. '해도 되는 말인까?'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 아닐까?', '날 불편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같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개개인의 성격적인 차이도 당연히 있지만 조직에서 이런 부분을 얼마나 해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자가 검열이 아예 없어서는 안 되기도 해서(특히 부적절한 말) 적절한 선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은 있다.
리더는 조직에 존재하는 각종 계급을 경계해야 한다. 지위가 낮을수록 심리적 안정감이 낮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이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은 연차가 많이 올라가서 회사에서 말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그때 불만이나 답답함이 없었냐 하면 또 그렇진 않았다. 물론 예전 조직이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조직이었냐 하면 그렇진 않았지만, 지금은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이 객관적으로 전보다 나은지는 난 알 수 없을 거로 생각하긴 하다. 회사도 다른 회사이지만 내 연차나 위치도 다르긴 하니까 절대 비교할 수는 없다.
"회사의 리더는 자신의 약한 모습과 실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직원들도 실수를 솔직하게 보고할 수 있으니까요." 이어서 코스타는 리더의 자만심이 내포한 위험에 대해서도 이렇게 경고했다.
"리더로서 자신이 모든 정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당장 집어치워야 합니다. 리더의 생각도 얼마든지 오답일 수 있다는 걸 왜 의심하지 않죠?"
이건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리더들이 고민에 빠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있을 텐데 그게 진짜 정답일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결국 정답을 함께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또 함께 정답을 찾도록 하면서 리더가 자신이 생각하는 정답으로 오도록 유도하면서 생기는 답답한 경우도 겪어봤고 너무 의사결정을 안 해주어서 논의만 하다가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에 팀의 상황에 맞춰서 적절함(?)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사회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있으면 좋은 것'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것은 단순히 무료 점심이나 사내 게임방처럼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한 복지 혜택이 아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조직, 특히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을 통합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성공에 필수적이다. 혁신과 성장이 직원들의 지식과 협력에 달려 있을 때, 조직은 직원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리더가 적극적으로 나서 심리적 안정감을 조성하지 않는 한 구성원은 본능적으로 실패를 피하고자 도전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동의하는 편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 물론 모두가 말을 다 하면 너무 피곤하다거나 일이 진행이 안 된다거나 하는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아봐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 같이 본인이 느끼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면 거기서 효율적인 부분을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회사에서 "의견을 말하라"는 말을 많이 하긴 하는데 성격의 영향도 있는 거라 참 어렵긴 하다. 기분 안 좋은 사람한테 옆 사람이 기분 풀라고 말하는 답답한 상황처럼 느껴진다.(그런말 듣는다고 기분이 풀어질 리도 없으니까...)
놀라운 점은 업무 프로세스와 관련된 아이디어처럼 조직 구성원으로서 얼마든지 피력할 수 있는 내용조차 입 밖으로 꺼내길 주저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면 최소한 안전하다고는 확신한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 제기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온전히 확신하지 못한다.
실무자의 의견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건 리더나 관리자가 알아내기가 쉽지 않고 꽤 많은 문제는 직원 혹은 실무자는 이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경우가 상당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그때 바로 의견을 얘기하고 문제 해결이 진행될 수 있게 설득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텔러의 생각은 다음의 언급에서 잘 나타난다.
"나는 실패를 부추기는 게 아니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지지하는 것이다."
진정한 실패는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실패는 실패하는 게 두려워 온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 얘기하는 대로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문제는 어떻게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냐에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어느 정도 나와 있기는 하지만 좀 추상화된 얘기들이라 실제 조직에서 적용하기에는 얕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난 현실에 복잡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책에 대해 좀 안 좋게 얘기한 느낌이 있지만 당연한 얘기라 와닿지 않았다는 의미이지 책에서 얘기하는 내용이 안 중요하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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