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어린 시절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떤 강요도 있어서는 안 된다네. 강요로 얻은 지식은 마음에 남지 않기 때문이지. 어릴 때의 학습은 오락처럼 이루어져야 하네! 그래야 아이의 타고난 소질을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네. - 플라톤, "국가론"
이 책은 칸 아카데미를 만든 살만 칸(Salman Khan)이 쓴 책으로 현재의 교육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 생각과 함께 거기에 맞춰서 칸 아카데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살만 칸은 유튜브에서 사촌 동생한테 수학을 가르쳐주다가 소위 떠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의 칸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관심 있다면 살만 칸이 TED에서 한 발표도 볼만하고 jQuery를 만든 존 레식도 현재 칸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다. 정확한 전후 관계는 자세히 모르지만, 현재 수많은 교육사이트의 시작점이 칸 아카데미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
서비스의 성격상 내가 칸 아카데미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칸 아카데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기에 살만 칸의 책이 나왔다길래 읽어보았다. 처음 칸 아카데미에 대해 들었을 때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가 동영상으로 각자 공부하고 교사가 학생들이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가졌는지를 시스템에서 확인하고 수업시간에는 교사가 이를 지원하거나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다른 학생이 도와주게 하는 교육에 대한 영상(다큐였나..)을 보았을 때는 너무 멋져서 반해버렸었다. 처음에는 그냥 칸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과 칸 아카데미가 만들어낸 교육적 혁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보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기존에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한 번씩 읽어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부터 과거의 교육 방식은 완전히 수동적인 학습방법이고 세상은 점점 능동적인 정보처리 방식을 요구하기에 교육방식에서 천 년에 한 번꼴인 전환점이 왔다고 믿기 때문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과거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더 나은 교육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그들이 실패하도록 설정해놓고 있다.
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얘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배운다라는 부분인 것 같다. 지금의 교육은 모든 학생을 똑같은 속도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배우는 속도가 느린 학생들(전체적으로 느리거나 특정 부분에서 느리거나)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일부 과정에서 등한시한 학생들은 이전 부분을 이해 못했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점점 뒤처지게 된다. 여기에 현재 교육시스템을 이들에게 등급을 매겨서 학생들이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배움의 기쁨을 잊어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만 칸은 완전학습을 주장한다. 현재의 교육은 70~80점 정도로 진급을 결정하는 데 이는 반대로는 1/4은 모르고 있다는 의미인데 살만 칸은 여기에 반대하고 각자 다른 속도로 배울 수 있게 하지만 하나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다음 개념을 이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는 모든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사회에서는 이 연결관계가 중요한데 교육과정에서는 각 부분을 따로 끊어서 관리하므로 학생들도 서로 간의 연관관계를 맺는 기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원래 수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배우는 모든 단계에서 학습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격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이란 당신이 익숙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숙제, 방학, 시험 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자세하게 있다. 이렇게 간단히만 적어놓으면 자칫 이상론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현실적인 어려움은 별개로 하고) 실제로 칸 아카데미가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살만 칸이 칸 아카데미를 통해서 교육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실험한 대부분의 내용이 들어있고 실제로 해낸 결과(매우 잘 된 결과라 할지라도)가 있기에 이 책에서 살만 칸이 말하는 내용을 힘이 실려있다.
천재성은 물론이고 창의력을 가르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억압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책이 어렵지는 않다. 생각해 볼거리는 엄청나게 많을지언정 어려운 내용은 없고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술술 읽힌다. 대신 책 제목은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원제는 The One World Schoolhouse: Education Reimagined인데(책 내용 중에는 한세상 학교라고 번역한듯하다) 이 제목을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이라는 싸구려식으로 지은 데는 정말 분통이 터질 정도이다. 누가 책 제목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책의 가치를 전혀 보여주지도 않고(공짜라는 거의 상관도 없다.) 이 좋은 책은 아주 평범한 책으로 만들어 버렸다. 서점에서 책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을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심이 들고 책 제목을 보고 읽어본 사람은 왠지 낚였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초기에 칸 아카데미를 보았을 때 이 좋은 서비스를 국내에선 어떻게 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비스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zziuni님을 통해서 현재 칸 아카데미에 대해서 꽤 많은 번역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나중에 참고해볼 것 같아서 일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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