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20주년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했다. 처음 Node.js에 대한 주제로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다른 분을 통해서 받고 몇일 고민을 했다. 보통은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원래 있지 않은 경우 발표가 망하거나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딱히 떠오르는 주제가 없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리고 그때는 프로그램이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기술 얘기를 좀 심도 있게 할 수 있는 콘퍼런스라기 보다는 약간 트랜드를 얘기하는 성격으로 보여서 더 고민했다. 트랜드 같은 얘기는 많이 해본 적도 없었고 그런 부분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서...
그래도 웹 2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는 콘퍼런스고 자바스크립트를 만든 Brendan Eich와 CSS를 만든 Håkon Wium Lie가 온다길래 같이 발표자로 서면 이 사람들과 좀 얘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Brendan Eich가 사실 다른 언어의 창시자나 자바스크립트에서 날고 기는 사람들에 비해서 포스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니니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Node.js의 현재와 미래"라는 아주 추상적인 제목을 지었지만(난 제목 짓는걸 잘 못한다. 흑흑) 고민하면 할수록 말할 내용이 정말 없었다. 차라리 특정 기술의 활용이나 사용법을 설명하면 할 말이 있을 텐데 "현재와 미래"라니!!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Node.js의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나는 기술을 배울 때 그 기술과 관련된 배경지식(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가고 있고 등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계속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프로젝트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방향을 포함해서 차후 Node.js를 사용할 때 공부해두면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해야겠다고 정했지만 역시 줄거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발표준비는 스토리가 죽 풀려야 내용 채우기가 좋은데 이번에는 발표가 임박한 순간까지도 그게 잘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만들었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를 하면 도움이 될지 막연하기만 했다.(나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많이 나오는 그래프 보여주고 이렇게 많이 성장하고 있고 현재 인기 이렇게 좋아서 앞으로도 엄청나게 더 인기 좋아질 것이다. 정도의 얘기는 성격에도 맞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30분이라고 좀 쉽게 생각했는데 계속 고민해도 쉽지 않았고 전날까지도 대충의 라인만 잡아놓고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며 고민하다가 답답해서 그냥 자 버렸고 아침에 일어나서야 발표자료를 완성했다.
뒤로 갈수록 색상 꾸미기가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기분 탓... 이라고 말하기는 창피하고 ㅠㅠ 보통은 신택스 하일라이팅을 다 하는 편이고 발표자료의 테마도 웬만한 선에서는 맞추려고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방향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다 보니 뒤로 갈수록 발표자료 꾸미기가 좀 부족했다.(이건 반성. ㅠㅠ) 준비하면서 내내 걱정하긴 했지만, 발표는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Node.js를 떠나며" - express를 만든 TJ의 글
https://sangwook.github.io/2014/07/06/farewell-node-js-tj-holowaychuk.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