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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책 표지 일론 머스크 - ⭐⭐⭐⭐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21세기북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의 전기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요즘이야 따로 설명할 필요도 PayPal Mafia 중의 한 사람으로 SpaceX, The Boring Company, Nurallink, Tesla 등을 창업, 운영하고 최근에 Twitter도 인수한 사람이다.

내가 일론 머스크를 언제부터 알았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PayPal 마피아가 되었을 때는 잘 몰랐던 것 같고(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더 갔던 듯) 아마 Tesla에 관해 알게 되면서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도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때 인상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었고 대단한 창업가가 많이 있지만 일론 머스크는 뭔가 인류를 걱정하는 듯 SpaceX의 화성 이주 목표나 Starlink, Tesla 전기 자동차, The Boring Company의 Hyperloop를 보면서 그 스케일과 실천력에 감동하였다.

내가 세어보니 그렇게 되면 여섯 개의 회사를 운영하게 되는 것이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및 그것의 스타링크 사업부, 트위터,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엑스닷에이아이. 이는 전성기 시절 스티브 잡스가 운영한 회사(애플과 픽사)의 3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렇게 좋은 인상이었다가 인상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Twitter를 인수한 뒤였다. 그 전에는 그냥 트위터에서 가끔 이상한 얘기하면서 어그로 끌면서 관심 모으는 인상은 있었지만 창업가는 좀 독특한 면모가 있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고 처음 트위터 인수 얘기가 나왔을 때도 그래도 그 수많은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인데 Twitter에서도 뭔가 보여줄지도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 뒤로는 사실 실망의 연속이었고 Twitter를 X로 바꾸면서 너무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내가 Twitter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Twitter를 떠나려고 하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고 회사를 이렇게 운영한다는 것 자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열정을 키워 자신의 괴팍함을 은폐했지만, 괴팍함 또한 발달시키는 바람에 열정이 가려지기도 했다.

이 정도가 책을 읽기 전에 내 막연한 생각이었고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읽어보면서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집투를 동생과 창업하고 페이팔과 합쳐졌다가 이후에 SpaceX를 창업하면서 연쇄적으로 회사를 차리기까지의 과정을 볼 때까지 아주 흥미롭다. 여기선 내가 전혀 모르던 얘기도 많았다.

그는 몇 년 후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에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SpaceX가 발사에 실패하고 돈이 없어서 힘들 때 Nasa의 사업을 따오는 부분이나 기존에 로켓 발사의 발주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내는 부분, 치열하게 싸우면서 테슬라를 창업하는 과정 등이 꽤 재미있었다.

팰컨 1호는 그렇게 지상에서 발사되어 궤도에 진입한 최초의 민간 제작 로켓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했다.

스페이스X는 우주 개척을 민영화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용 구조도 뒤엎고 있었다.

머스크는 자체적으로 '바보 지수(idiot index)'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부품의 총 비용에 대한 원자재 비용의 비율을 계산해 뽑는 지수였다. 바보 지수가 높은 부품(예컨대, 원자재인 알루미늄의 가격은 100달러에 불과한데 그것으로 만든 부품은 1,000달러에 달하는 경우)은 설계가 너무 복잡하거나 제조공정이 너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머스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보 지수가 높으면 당신이 멍청하다는 뜻"이었다.

다른 회사들도 많이 있지만 아무래도 SpaceX와 Tesla가 그 중심에 있고 가장 큰 사업과 혁신들이었기에 이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 단편적으로는 알고 있는 뉴스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찾아보진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두 회사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심지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렀는지 보는게 꽤 흥미로웠다.

경력 초기부터 머스크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이라는 개념을 경멸하는 까다로운 경영자였다. 집투와 이후의 모든 회사에서 그는 휴가도 없이 하루 종일, 그리고 종종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자신을 몰아붙였고, 다른 직원들도 그런 식으로 일하기를 기대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하며 기꺼이 공장에서 밤을 새는 머스크를 보면서 엔지니어들은 두려움 없이 색다른 해결책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무되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일하는 머스크가 있었다. 이전에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저 많은 회사를 운영하는 거지? 시간이 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전기를 보면서는 더 현실감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일하고 있었다. 이젠 꽤 큰 회사의 CEO이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집중할 거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각 제품의 재질이나 디자인, 기술에 다 관여하고 의논할 정도로 거의 모든 일이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엔지니어들과 그런 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어서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감동스럽기도 했다.

"사람들이 해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공격적인 일정을 정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제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엔지니어들이 바보가 아니잖아요. 사기만 떨어지게 되죠. 그것이 일론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머스크는 반대쪽 극단으로 치닫는 것 역시 리더를 쇠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는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되고자 하면 기업 전체의 성공보다 눈앞에 있는 개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고, 그런 접근방식은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마크스에게 말했다. "마크스는 그 누구도 해고하지 못했을 거예요." 머스크는 말한다. "나는 마크스에게 강조하곤 했지요.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이에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 일을 잘하고 있는 수십 명의 다른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는 처사지요. 내가 문제 지점을 고치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는 다른 많은 직원들에게 피해가 되는 겁니다." 머스크의 말이다.

머스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진정 탁월한 만능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이 일반 그룹보다 100배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로스는 말한다.

본인이 그렇게 일하면서 그로 인해서 상상도 못할 성공까지 했기 때문인지 당연히 직원들도 그렇게 일하기를 기대한다. 대부분의 채용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오는데 대부분 그냥 미친듯이 일만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걸로 나오고 주말이든 개인 사정이든 일론 머스크가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모습, 수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기여했지만 조금만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해고하는 걸 보면서 엔지니어로써 공감이 되면서도 직장인으로써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책에는 안나오는데 치열하게 요구할 수는 있는데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기까지 회사의 수익이 직원들에게 월급이나 스톡옵션으로 얼마나 보상이 돌아갔는지 궁금해지긴 했다.

그는 영업과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대신에 훌륭한 제품을 만들면 판매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었다.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지만 나도 이런 생각을 예전에는 많이 했기에 공감도 많이 되었다.

레브친의 회상이다. "머스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전문 분야에 대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하죠. 나는 그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중 상당 부분이 바로 때때로 드러내는 그런 예리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헛소리꾼이나 바보로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그런 면모에 세게 한 방 맞은 기분이 드는 거지요."

Twitter를 인수했을 때 직원들 해고하고 엔지니어들 모아놓고 아키텍처 리뷰하고 그럴 때 Twitter 정도 규모의 아키텍처를 새로운 CEO에게 리뷰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면서는 일론 머스크라면 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 이전에 SpaceX의 로켓 설계나 발사체에 대한 논의나, Tesla의 전기차에 대한 부분도 다 관여하고 심지어 엔지니어들의 접근 방법도 바꿔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보거나 들은 수많은 CEO와는 (당연히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쨌든 일론 머스크가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준으로 세우고 하는 것들은 엔지니어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다.

공장을 설계할 때 머스크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제조 팀이 모두 함께 모여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따랐다. "조립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를 붙잡아 세우고 '대체 왜 이런 식으로 만든 거요?'라고 따질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머스크가 뮬러에게 설명했다. "가스레인지 위에 자기 손을 올려 놓으면 뜨거워지자마자 바로 떼어내지만, 다른 사람의 손이 올라가 있으면 무언가 조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마련이지요."

머스크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했다. "엔지니어처럼 생각하는 디자이너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엔지니어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이 있었던 겁니다." 폰 홀츠하우젠의 말이다.

"일론의 규칙 중 하나는 '가능한 한 정보 출처에 가까이 다가서라'는 것입니다." 라일리의 말이다.

그는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높이 올라가 폭발하는 경우, 그리하여 유용한 새 정보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게 되는 경우, 실험 발사를 성공으로 간주하겠다고 미리 선언한 바 있었다. 스타십은 그러한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어쨌든 로켓은 폭발했다. 대부분의 대중은 그것을 폭발로 끝난 실패로 간주할 것이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머스크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는 듯 보였다.

SpaceX나 Tesla나 하드웨어 제조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요즘 스타트업이 목적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하고 근복적으로 애자일도 비슷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머스크의 알고리즘에는 다섯 가지 계명이 있다.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요구사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나와야 한다. 법무당국이나 안전당국과 같은 부서에서 나온 요구사항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요구사항을 만든 실제 인물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요구사항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 나의 요구사항에도 항상 의문을 제기하라. 그런 후 그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어라.
2.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제거하라. 나중에 다시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 10퍼센트 이상 다시 추가하지 않게 된다면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3.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이는 2단계 이후에 수행해야 할 과정이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4.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어떤 프로세스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앞의 세 단계를 수행한 이후에 수행해야 한다. 테슬라 공장에서 나는 특정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후에야 비로소 애초에 제거했어야 했던 것임을 깨닫는 실수를 저질렀다.
5. 자동화하라. 이는 마지막 단계에 해야 할 작업이다. 네바다와 프리몬트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품과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보통 일을 하면서 정부의 프로세스나 대기업의 프로세스의 답답함에 불만을 갖지만 일론 머스크는 그 수준이 아니라 계속해서 혁신을 하려고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조차도 이건 안되지 하는 부분을 바꾸라고 해서 성공하는 부분들을 보면 또 다양한 분야에서 "이건 당연한 거지"라고 하는 비효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알고리즘은 때로 몇 가지 부수 사항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모든 기술 관리자는 실무 경험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팀 관리자는 업무 시간의 20퍼센트 이상을 코딩에 할애해야 하고, 태양광 지붕 관리자는 일정 시간 이상 지붕에 올라가 설치 작업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타지 못하는 기병대장이나 칼을 쓸 줄 모르는 장군과 같아진다.
* 동지애는 위험하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동료를 내다 버리고 싶지 않은 성향도 형성된다. 이는 경계하고 피해야 할 사항이다.
* 틀려도 괜찮다. 다만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팀원에게 부탁하지 마라.
*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영진을 만나려 하지 마라. 경영진 바로 아래 직급의 간부 또는 당신의 두 직급 위 관리자부터 만나서 해결책을 강구하라.
* 직원을 채용할 때는 올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를 바꾸려면 뇌 이식이 필요하다.
* 광적인 긴박감이 우리의 운영원칙이다.
* 유일한 규칙은 물리 법칙에 따른 것들뿐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권장 사항이다.

물론 항상 바른 판단을 할 수는 없기에 나중에 후회하는 결정들도 나오고 나도 읽으면서 이것도 없애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새크라멘토 센터의 전면적 폐쇄는 실수였어요." 2023년 3월, 머스크는 이렇게 인정했다. "데이터센터 전체에 걸쳐 불필요하게 중복된 부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거든요. 하지만 새크라멘토에 7만 개의 하드코딩된 레퍼런스를 두었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지요. 그 때문에 아직도 망가진 부분이 있을 정도예요."

트위터를 인수한 과정도 책을 보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도 얘기하지만, 충동적이 결정인 느낌이 있다.

그가 썼다. "오늘 밤 제안서를 보내겠습니다." 다음은 제안서의 내용이다.
내가 트위터에 투자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세계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사회적 필수요소라는 것이 나의 믿음입니다.
하지만 투자한 이후 트위터가 현재의 형태로는 번창할 수도 없고, 그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트위터를 개인 기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양한 일이 있었지만, Twitter를 엑스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바꾼 것이 개인적으로 열받는 부분인데 PayPal을 엑스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얘기가 나와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머스크는 엑스닷컴이 회사명이어야 하고 페이팔은 그저 회사에 속한 하나의 브랜드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결제 시스템의 이름을 엑스-페이팔(X-PayPal)로 바꾸려고도 했다. 많은 사람이 반대했고, 특히 레브친의 반발이 심했다. 페이팔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친구 pal와 같은, 이미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명이 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포커스 그룹에 따르면, 반대로 엑스닷컴이라는 이름은 신뢰가 가지도 않고 점잖은 자리에서 거론하기도 꺼려지는 음침한 사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트위터 인수 후의 일은 최근 일이라서 대부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내부 사람들과 인터뷰하면서 정리해 놓은 내용이라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기도 했다. SpaceX나 Tesla에서도 초기에는 꽤 많은 문제가 있었겠지만, Twitter는 최근에 더 자세히 봐서 그런지 실제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긴 하다.

머스크는 공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직관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다룰 때는 신경망에 장애가 발생한다. 그래서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트위터를 기술 회사로 생각했지만, 사실 트위터는 인간의 감정 및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매체였다.

머스크는 언론의 자유에 기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열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명의 미래'가 위태로운 상태라고 말했다. "출산율은 급감하고 있고, 사상을 검열하는 경찰이 힘을 얻고 있어요." 그는 트위터가 특정 관점을 억압하는 바람에 국민의 절반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를 되돌리려면 철저한 투명성이 필요했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이전의 모든 잘못을 청산하고 깨끗한 백지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트위터 본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지금이 코드 레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측근 부하들은 머스크의 나쁜 아이디어를 보류시키고 그가 원치 않는 정보를 조금씩 제공하는 방식으로 그를 상대하는 방법을 익힌 상태였지만, 트위터의 기존 직원들은 그런 방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걱정하는 태도를 자주 보이는데 언론의 자유에 관심이 있지만 방향성에 대해서 좀 고민이 든다. 그래서 꽤 좋은 능력을 갖춘 콘텐츠 검열을 하고 균형을 맞추는 사람들도 나가곤 했다. 일론 머스크가 극우적 성향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책에서도 뒤로 갈수록 우클릭하고 있다. 물론 언론의 자유라는 것은 한쪽만 열기는 어렵다. 좋은 말(?)을 많이 하게 하면 자연히 나쁜 말도 늘어나기 마련이고 좋은 말(?)만 올리게 한다는 건 반대로 나쁜 말만 올리게 한다는 것과 또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은 일론 머스크가 각성 바이러스 부르는 Woke이다.(원문을 찾아보지 않았지만, 정황상 Woke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Woke는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용어이고 움직임인데 우리나라로 말하면 깨인 유리창이나 남녀 차별에 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Woke를 지지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론 머스크는 이런 부분이 문제가 오히려 많다고 생각하고 트위터에서도 기존에 너무 심한 차별 글을 올려서 퇴출당한 사람을 복구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대표적으로 ye) 이런 부분은 동의할 수 없기에 마음이 불편했고 책에도 나오지만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을 비판한 기자들은 차단한다거나 스페이스를 닫아버리는 건 이중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책에도 나온다.)

머스크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 즉 그를 성공으로 이끈 '올인' 방식의 추진력과 그의 나쁜 행동방식이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도 고민한다. "나는 그를 스티브 잡스와 같은 범주의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는데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냥 개자식이지만, 그들은 또한 너무 대단한 것을 성취해서 그냥 물러앉아 '그게 패키지인 것 같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과 같은 거죠." 내가 머스크가 이뤄낸 것이 그의 행동방식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묻자, 마크스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이런 종류의 성취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진짜 개자식을 리더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요."

Tesla의 임시 CEO로 잠시 영입되었던 마크스의 말에 동의한다.

2023/12/22 23:01 2023/12/22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