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RetroTech 팟캐스트 44BITS 팟캐스트

Openmaru의 서비스종료를 보면서...

오늘 충격적인 소식을 받았습니다. 낮에 트위터 통해서 듣기는 했지만 집에와서 이메일을 열어보니 역시나 와있더군요. 라이프팟, 롤링리스트, 레몬펜의 4월 30일 서비스종료를 알리는 메일입니다.

오픈마루 스튜디오는 게임회사인 NC소프트가 2006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리니지와 아이온으로 유명한 NC소프트가 그 성격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웹서비스회사를 설립한 것은 약간 의외이긴 했습니다만 NC소프트가 게입업계에서 소신을 가지고 움직인것과 마찬가지로 오픈마루도 기존의 다른 웹서비스회사와는 다른 차별화를 가진 회사였습니다.

오픈마루 BI

OpenID서비스인 myID, 세련된 위키스트일의 노트서비스인 스프링노트, 일정관리 서비스 라이프팟, 리스트관리및 공유를 하는 롤링리스트, 블로그에 메모를 하고 공유할 수 있는 레몬펜등 괜찮은 웹2.0 서비스들을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국내 웹2.0 서비스를 선도하는 업체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고 대표적인 myID와 스프링노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것입니다.

오픈마루는 제가 상당히 좋아하던 회사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 종료가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능력만 된다면 제가 가고 싶은 회사 1순위중 하나였기도 했지만 작년즈음에 오픈마루가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듣고는 설마하다가 제가 온라인에서 알고 있는 오픈마루에 다니시는 꽤 많은 분들이 오픈마루를 나와 이직을 한 것을 보고는 오픈마루의 서비스 종료를 어느정도 예상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NC소프트의 아이온이 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기에 고급인력은 가지고 있지만 딱히 수익원은 없어 보이던 오픈마루에 대한 압박도 좀 적지 않을까 했습니다만 결국 이렇게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젠 스프링노트와 마이아이디도 언제 문닫을지 몰라 불안불안하기만 하군요

사실 국내에서 웹2.0의 현실은 처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닷컴의 거품을 헤치고 새롭게 등장한 웹2.0이 해외에서는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야심찬 도전들이 하나같이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크게 이유를 보자면 국내의 인구가 너무 적어서 신규서비스가 자리잡아서 선순환될때까지를 이끌 파워유저들의 수가 너무 적은데다가 Naver에 집중되어버린대다가 한결같이 IE와 MS밖에 모르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생겨버린 한국웹에 새로운 것이 자리 잡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잘한다는건 아니지만 네이버 탓만 하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많은 편이죠.)

오픈마루의 서비스종료 안내페이지


오픈마루의 서비스종료는 단순히 웹서비스회사하나의 서비스 종료 이상의 의미로 저에게는 다가옵니다. NC덕에 꽤 많은 인재와 자원을 가지고 있던 오픈마루도 마찬가지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 웹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동안은 IT강국이라고 자만하면서 IE만 하면 되는줄 알고 세계적 추세를 무시하고 살았지만 인터넷은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국내외의 장벽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떵떵거리고 있는 네이버 조차도 몇년내에 해외 웹서비스들에게 모두 잠식되어 버릴까봐 걱정될 뿐입니다.

웹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계속 웹표준과 비IE에 대한 지원을 주장하고 있었고 이런부분때문에 뱅킹같은 어쩔수 없는 서비스들을 제외하고는 해외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막기만 하면 다 되는줄 아는 이상한 법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애초에 말한 나쁜 것들을 막지도 못하였지만  감시와 통제는 쉬워진 관계로 디지털 망명이라고 하면서 메일서비스들을 해외로 많이 전환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올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선두로 들어오기 시작한 안드로이드등의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해외서비스들은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아무래도 자리잡은지 오래되고 신규서비스들의 성장이 빠른 해외 서비스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더 유용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서비스들은 앱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많이 걸리지만 해외서비스들은 대부분 고를수 있을 정도의 앱들이 이미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지만 사실 구글맵이나 구글캘린더만하더라도 아이폰에서 사용하기가 상당히 편한 편이며 네이버캘린더는 네이버가 지원해줄때까지 손가락 빨고 기다려야 되는 현실입니다. 저만해도 스프링노트를 수년간 사용하고 있었지만 최근 안드로이드폰을 이용하면서 구글독스로 이동하려고 하고 있습니다.(이번 사건으로 더욱 가속화 되겠군요.) 이유는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할수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지원력이 해외서비스들에 비해서 비교도 안되고 있습니다. 차단과 고립으로 일관해오며 전혀 해외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던 국내 웹서비스들이 곧 해외웹서비스들에 의해서 잠식될까봐 불안할 따름입니다.(사실 그렇게 된다고 해외서비스 차단이라는 이상한 짓을 국가에서 할까봐 더 걱정이긴 합니다만...) 여태까지 우려들이 그냥 우려였다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움직임은 이제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머 좋아하던 서비스의 종료를 듣고는 우울한 마음에 이런 저런 정리안된 얘기들을 적어봤습니다. ^^';;
2010/03/30 03:42 2010/03/30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