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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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node 2015 콘퍼런스 후기

지난 12일 전문건설회관에서 play.node 2015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2012년에 옥토버스카이에서 처음 play.node 2012를 열렸는데 이때도 오거나이저로 참여했다고 이번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정리 겸 play.node 얘기를 해볼까 한다. 물론 이 의견은 play.node 오거나이저 전체의 의견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play.node 2015의 시작

2012년도에 처음 진행을 하고는 다들 바빠서 진행을 못 하고 있었다. 나도 매년 "올해도 못하고 지나갔구나"하는 아쉬움만 가지고 바쁜 일상 가운데 못하고 있다가 올봄에 @insanehong과 술을 먹다가 얘기를 하다. 2012년에도 같이 오거나이저를 했던 터라 얘기하다가 올해 한번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얘기를 하면서 시작을 했다.

play.node 2015 logo

다른 언어의 커뮤니티도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 Node.js에서는 마땅히 추천할 커뮤니티라던가 모르는 사람이 와서 다른 내용을 배우고 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 페이스북의 Node.js 그룹과 온라인에 있는 몇몇이 전부이지만 많이 가 본 적은 없고 활발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Node.js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꽤 많은 관심도 가지고 있고 요즘은 사용한다는 소식도 종종 듣는 편인데 커뮤니티의 부재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고 특히 다른 언어에 비해서 역사가 짧지만, 커뮤니티가 활발한 것이 장점이 Node.js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국내의 이런 환경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play.node 콘퍼런스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마음이 꽤 쏠렸다. 더욱이 2012년에는 새로운 기술인 Node.js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라서 Node.js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시간이었다면 3년이 지난 올해에는 Node.js를 현업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서 프로젝트에서 Node.js를 실무에서 쓰고 있는 곳이 꽤 있으므로 국내에서의 사용경험을 공유하고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은 꽤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도 Node.js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시작할 때는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9월 Node.js 재단 아래 Node.js와 io.js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에 시기상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자리로써도 아주 적당한 시기가 되었다.

play.node 준비

처음에는 400명 정도 규모에 2트랙으로 생각했는데 의도적으로 판을 크게 벌여보려는 의도도 있었다.(물론 처음 얘기하고 술이 깬 다음에는 Node.js로 400명을 정말 모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콘퍼런스를 준비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10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장소 2개가 붙어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서 대학교에 접촉을 시도했고(아무래도 큰 강의실이 많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성사 직전까지도 갔지만, 수능과 관련된 학교 일정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결렬되었다. 수능을 본 건 너무 오래된 상황이라 이 시기가 수능과 겹치는 일정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ㅠ 콘퍼런스 일정이 많이 다가온 상황이라 장소가 남은 곳이 많지 않았고 몇 가지 남은 선택지 가운데 신대방의 전문건설회관을 선택했다. 물론 여기를 선택할 때까지도 2트랙으로 진행을 하려고 했지만, 최종 예약을 할 때는 다른 예약 때문에 1트랙으로 운영할 공간만 예약해서 진행했다.

콘퍼런스나 세미나는 많이 다녀봤고 종종 오거나이저로 참여도 해봤지만, 이번에는 진행하다 보니 어쩌다가 주도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정도 규모의 콘퍼런스를 주도해 본 적이 처음이다 보니 모르는 일도 너무 많았고 회사에 다니면서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준비를 하다 보니 힘이 많이 들기도 했다. 지금은 무사히 콘퍼런스가 끝났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할 일도 너무 많고 이슈도 많아서 몇 번이나 왜 이걸 시작했는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앞으로는 콘퍼런스에 가면 오거나이저 분들한테 절하고 들어갈지도...

play.node 컨퍼런스 중


해외 발표자

장소를 해결하고 나니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해외 발표자를 섭외하는 것이었다. Node.js 콘퍼런스로써 다른 개발 콘퍼런스와 차별화를 할 수 있는 부분이 해외 발표자라고 생각한다. 1회때도 Node.js의 리더였던 Isaac Z. Schlueter와 Nodeconf를 운영하는 Mikeal Rogers, Nodejitsu의 Charlie Robbins가 왔었는데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보니 그냥 해외 개발자 중 하나가 아닌 리더 격인 사람들이 올 수 있다는 건 꽤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부 얘기는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구성은 지금은 Node.js에 개발 리더가 존재하지 않지만 릴리스 등을 주도하고 있는 Rod Vagg과 Node.js 재단에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Mikeal Rogers, npm 도구를 만들고 있는 개발자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Node.js에서 가장 큰 부분인 Node와 npm, 커뮤니티에 대한 얘기를 모두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npm cli를 만드는 Kat은 큰 어려움 없이 연결되었지만 오기로 얘기가 되었던 Mikeal이 10월 초에 사정이 생겨서 갑자기 못 오게 되고 새로운 발표자를 찾던 중 Socket.io를 만든 Guillermo Rauch와 연결이 되었지만 몇 주간 일정을 의논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다시 못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결렬됐던 Rod Vagg와 다시 얘기되어서 올 가능성이 꽤 높아졌지만 이도 마지막에 가서는 사정 때문에 결국 못 오게 되었다. 겨우 Mikeal의 도움으로 여러 명의 Node.js 개발자와 연결이 되어 발표 가능한 주제를 검토한 후에 Tim Oxley가 오게 되었다. Tim Oxley의 주제도 흥미로웠지만 NodeSource는 Node.js의 핵심인력이 모인 회사라는 점에서 몇 년 전 처음 StrongLoop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해서 더 맘에 들었다.

통역

해외 발표자를 부르다 보니 통역이 중요한 문제였다. 영어 발표를 청중이 다 이해할 수가 없을 텐데 그러면 해외 발표자를 부른 의미가 없어지므로 통역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1회 때는 사정상 순차 통역을 제공했는데 통역 품질의 문제를 떠나서 순차 통역 자체가 영 불편하게 느껴졌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흐름이 꽤 끊기는 느낌이 들었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시통역을 제공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하는 콘퍼런스가 아니라 동시통역자를 위한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자들에게 리시버를 나눠주고 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돈도 문제고 부스 설치나 리시버를 나눠주고 관리하고 하는 것도 부담됐다.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하던 중 동시통역을 타이핑해서 자막으로 보여주는 방법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최종적으로 이렇게 제공을 했다. 그래서 동시통역자와 속기사를 다 불러서 통역한 내용을 속기해서 앞에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시도해 보는 이 방식이 걱정돼서 처음에는 앞에 딱 붙어서 보고 있었지만 좀 진행된 뒤에는 다른 일을 하느라 더 보지는 못했지만, 번역품질도 좋고 걱정보다는 자막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괜찮아 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 참석자들이 실제로 어땠는지도 궁금하긴 한데 아직 피드백은 받지 못했다.

동시통역을 자막으로 제공 중


참가비

나는 개발 콘퍼런스의 참가비가 지금보다 더 비싸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콘퍼런스가 무료일 수도 있고 유료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국내 개발자 환경을 생각했을 때는 좀 더 참가비가 비싸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매년 해외 콘퍼런스를 하나씩은 참가하는 편인데 가보면 해외 콘퍼런스라고 국내보다 발표내용이 엄청나게 좋거나 하지는 않다고 느껴진다. 물론 종종 아주 유명한 사람이나 기술을 만든 창시자가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발표 내용보다는 콘퍼런스의 분위기나 네트워킹 시간 등에서 더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콘퍼런스는 보통 참가비만 3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를 하게 되는데 해외 콘퍼런스는 참가하려면 비행깃값이 숙소비까지 훨씬 많은 돈이 들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3만 원만 되도 비싸다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콘퍼런스 오거나이저의 노력뿐만 아니라 발표자들이 발표 준비하는 노력이나 그들이 전해주는 지식을 생각하면 몇만 원을 받아도 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무료 콘퍼런스가 너무 많다 보니 사람들도 지식을 얻는 것을 너무 값싸게 생각하지 않나 생각한다. 차라리 콘퍼런스비를 더 많이 받아서 행사 준비도 제대로 하고 대신 발표내용의 질을 보장해주는 쪽이 더 낫다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반영해서 4만 원을 받았다. 더 받고 싶었지만, 그 이상 받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결정한 금액이었는데 초기에 참가자가 많이 늘지 않을 때는 너무 비싼가 하는 걱정도 정말 많이 했다.

아쉬운 점

  • 스폰을 받는다는 것은 금전적인 부분이 많이 해결되지만 동시에 처리해야 할 일이나 스폰으로 인해 생기는 의무도 많이 생긴다. 행사를 큰 규모로 준비할 때는 이런 부분에 대한 준비나 고려를 미리 해야 했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새로 배우면서 하다 보니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 장소를 상당히 일찍 예약을 해야 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장소를 찾을 때 이슈가 있어서 거의 2달도 안 남은 상태에서 장소와 날짜를 확정하게 됐는데 이렇다 보니 날짜와 규모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아서 이 시기에 준비가 가능한 일들도 모두 지연되고 일이 나중으로 밀렸다.
  • 이전에는 100명 이내의 소규모 세미나만 해보거나 행사가 크더라도 200명 정도 규모의 커뮤니티 콘퍼런스만 진행했기 때문에 400명 규모에 스폰서까지 받아서 크게 키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시작할 때는 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모두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하다 보니 시간압박이 너무 심했다. 미리미리 준비하거나 규모를 줄여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 참가 신청을 더 일찍 받았어야 했다. 여러 이슈로 지연이 생기면서 어쩔 수 없기도 했지만, 참가신청을 너무 임박해서 진행하다 보니 참가 규모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우리가 기대한 규모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좀 일찍부터 참가신청을 받아서 규모를 빨리 확정하거나 기대대로 안 되면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했다.
  • 마케팅을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참가신청을 받기 꽤 전부터 콘퍼런스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리고 분위기 조성을 어느 정도 해야 하고 다양한 채널로 행사를 알렸어야 했다. 물론 이번에도 IT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서 여기저기 알리고 각 커뮤니티에 홍보하고 했지만, 시기상 좀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다 개발자이다 보니 채널이 제한적이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참가신청이 마감되고 행사를 진행하고 나니까 콘퍼런스를 진행한다는 것이 제대로 안 알려졌다는 느낌이 더 확실했다. 매년 하던 행사라면 모르겠지만, 이번처럼 오랜만에 진행하면서 홍보채널이 없는 처지에서는 더욱 중요했다. 아예 소셜 계정관리나 마케팅 담당이 따로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더 받아봐야 알겠지만 난 초급대상으로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대신 약간은 초·중급으로 Node.js를 사용하고 있거나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콘퍼런스는 1트랙이면서 사람 규모를 꽤 크게 잡았는데 초·중급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으면서 참가자 수는 높게 잡는 게 약간 상충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많이 지면 자연히 다양한 사람이 오기 때문에 초급세션도 좀 필요했는데 이런 부분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원래대로 2트랙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역시...)

play.node 콘퍼런스


에필로그

이런저런 이슈는 있었지만, 꽤 즐거운 경험이었고 행사도 무사히 잘 마쳤다. 고생한 만큼 뿌듯했기에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진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진행해보는 콘퍼런스에 어설픈 부분도 많았지만 큰 규모의 행사를 한번 치러보고 나니 콘퍼런스에 대해 그만큼 이해하게 된 것도 많아졌다. 물론 이렇게 콘퍼런스를 무사히 진행하게 된 것은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많은 일을 처리해 준 오거나이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일 하면서 틈틈이 많은 일이 처리되어 기념품도 아주 잘 나왔고 행사준비도 대부분은 잘 처리됐다. 모든 일이 너무 급하게 처리되어서 행사 전에 오거나이저들이 모여서 단합이라도 하지 못한 건 많이 아쉽기도 하다. 행사 후 뒤처리도 해야 할 게 꽤 남기는 했는데 좀 쉬느라고 야금야금 처리 중이다. ㅎㅎ

play.node 텀블러

이번 콘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이번 기회에 국내 Node.js 커뮤니티도 활발해 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play.node는 커뮤니티는 아니라서 이런 부분까지 운영하기는 어렵고 기존 커뮤니티가 덜 활발해지거나 누가 나서서 커뮤니티를 주도해 주길 바랄 뿐이다.

2015/11/22 04:23 2015/11/22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