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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 - 8점
지나 키팅 지음
박종근 옮김
한빛비즈


몇 년 전부터 이름을 많이 듣게 된 넷플릭스를 처음 사용해 본 것은 2014년 미국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우리 숙소에 넷플릭스가 가입되어 있었고 자막도 없었지만, 영어 듣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숙소에만 들어오면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보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IPTV의 복잡한 시스템에 비해서 쓰기도 편하고 (처음 써봤으므로) 볼 것도 많았다. 추천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목록에서 넘기다가 원하는 걸 보기 시작하면 됐다. 여행이 끝났을 때 넷플릭스가 그립기까지 했다. 그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에 들어왔고(난 아직 가입 안 했지만...) 이 책이 재밌다는 @fallroot님의 얘기를 듣고 보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폰이 수리에 들어간 관계로 할게 책 보는 거 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나게 재밌어서 열심히 봤다.

넷플릭스는 15년 만에 혁신적이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내가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듣기 시작한 건 4~5년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넷플릭스는 1997년부터 시작된 무척 오래된 회사였다. 제목대로 넷플릭스가 어떻게 지금의 성공을 이뤘는지에 대한 책이지만 넷플릭스의 성공이야기라기 보다는 15여 년 동안 영화나 드라마 등의 비디오 대여산업에서 진행된 기나긴 전쟁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 DVD 대여로 넘어가고 여기서 또 온라인 서비스와 스트리밍까지 발전하면서 진행된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기나긴 전쟁이다. 각 회사가 좋은 전략을 세우고 결정을 하고 또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를 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는 등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진행되는 경쟁은 흥미진진하고 이 가운데 비디오 대여산업이 지금의 모습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과정이나 결과가 하나만 달라졌더라도 지금의 시장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05년 미국에 갔을 때 동네마다 있던 블록버스터가 생각난다. 당시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대여 가맹점으로 미국 전체에서 유명한 회사였지만 이 책을 보면 이미 한창 밀려나는 중이었다. 2012년이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사는 친구한테 영화 같은 거 어떻게 보느냐고 했을 때 자판기에서 DVD를 받아서 본다고 했다. 당시 내 친구는 IT 쪽이 아니라 서비스의 이름도 몰랐고 이 서비스가 넷플릭스의 초기 멤버 중 한 명이 나가서 만들 레드박스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라이벌은 레드박스입니다. 블록버스터는 한물갔잖아요."

나는 처음부터 넷플릭스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알았지만, 이 서비스는 DVD 대여에서 시작한 서비스이다. 블록버스터가 비디오테이프(VHS) 대여로 미국을 장악하고 DVD가 등장하기 시작했을 무렵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신기한 방법(이게 어떻게 동작했는지 신기하기는 하다.)으로 시작했다. 블록버스터에서 보기에는 신경도 안 쓰일만한 작은 기업에서 성장해서 블록버스터와 겨루게 되고 서로의 전략과 전략이 맞물리면서 치고받는 전쟁이 흥미로 와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스포일러 같아서 자세한 얘기를 쓰기는 어렵지만 같은 시대에 서로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를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어서 재미있다. 그리고 기가 막힌 전략이나 제품으로 시장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보다 이 책처럼 제대로 된 듯 안된 듯 싸우면서 경쟁하는 이야기가 진짜 스타트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넷플릭스의 경쟁력이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책에 나오는 흥미로웠던 사건 중 하나는 넷플릭스가 추천엔진의 알고리즘을 개선하기 위해서 3년 동안 100만 달러의 컨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전혀 몰랐지만, 이 컨테스트는 많은 개발자나 연구자들의 이목을 모았던 것 같다. 내가 참가할 영역은 아니긴 했지만, 이 흥미로운 컨테스트를 전혀 몰랐던 게 좀 아쉽기는 하다.

2016/02/18 04:13 2016/02/18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