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RetroTech 팟캐스트 44BITS 팟캐스트

2021년 회고

어느새 또 한 해가 갔다.

주거환경

올해 큰 변화 중 하나는 경기도로 이사 왔다는 거다. 계속 서울에 살았고 가능하면 회사를 걸어갈 수 있는 강남권에 살고 있었다. 운 좋게(?) 3개 회사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위치에서 몇 년간 보내면서 편안하게 살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재택이 많아지다 보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원래도 재택 혹은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사무실이 가깝다 보니 사무실로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원격 근무도 집에서 일한다기보다는 카페나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들 그렇겠지만 코로나로 갈 수 있어도 사무실 안 가는 경우나 혹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카페를 가기도 어려우니 온종일 집에만 있는 날이 너무 많아졌다.

몇 년간 집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집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있던 집에서도 나가야 하게 되어서 고민을 하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계속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살까를 많이 고민했지만, 강남은 아무래도 너무 비싸고 공간이 좁아서 집 공간을 좀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올 때는 고민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출근을 많이 안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지내는 공간이 넓어지니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올라간 기분이 든다. 전에는 컴퓨터하고 잠만 잘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공간이 넓으니 좋긴 하다.

작년에 가장 잘한 선택이 이직이라면 올해 가장 잘한 선택은 이사인 것 같다. 어쨌든 집이 바뀌어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가고 있다.

번아웃 or 휴식

올해는 내가 일하면서 두 번째 번아웃이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번아웃이 그렇듯이 확실치는 않다. 난 약간 몰입해서 일할 때 만족감을 많이 느끼는 거 같은데 전전 회사에서도 프랑스에서 온 개발자가 너무 일 열심히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고 이전 회사에서도 내 컨디션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기는 했다. 나는 몰입해서 일할 때 좋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는데 올해는 많이 그러지 못했다.

이전 회사에서는 24시간 알림에 반응할 수 있게 일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 환경에 어색하기도 했고 나도 모르게 번아웃이 왔는데 그 긴장감이 풀리면서 한 번에 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집에 오면 별로 코딩하고 싶지 않고 늘어져서 넷플릭스나 보는 게 올해의 일상이었다. 번아웃을 의심하는 이유가 이거인데 저번 번아웃 때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코딩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할 때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거기에 맞추면서 일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번아웃도 잘 눈치 못 채는 건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 패턴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이전에 그렇게 일을 안 했기 때문에 계속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코딩하는 게 줄어든 것은 확실하게 문제이긴 하다.

초반에는 좀 고민했지만 억지로 리듬을 복구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보냈다. 오랫동안 일했으니 좀 쉬는 기간도 필요하겠다 싶었고 억지로 올리기보다는 쉬어야 한다는 신호가 왔을 때 그냥 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스럽게 패턴이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쉬었는데(저번 번아웃 때는 좀 쉬고 나니 자연히 돌아왔다) 이번에는 전처럼 돌아오진 않았다. 그래서 몇 년간 하던 mocha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도 올해는 별로 하지 못하고 메인테이너에서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고 있었다.

쉴 만큼 쉬었으니 내년에는 의지를 다지고 다시 성실하고 재밌게 살아야겠다.

회사

작년 12월에 지금의 회사에 왔으니 올해 본격적으로 일한거나 마찬가지다. 지금 있는 조직에서는 배포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다행히 위의 번아웃 걱정과는 다르게 아직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일할 때 내가 필요한 역할에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이전 회사들에서 다양한 조직에 커뮤니케이션 하던 역할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SRE 조직이라서 훨씬 인프라에 집중하는 조직이고 커뮤니케이션은 더 잘하는 분이 있어서 배포 시스템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느끼는 효능감(?)은 좀 떨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일단은 나한테 중요한 배포 시스템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매니징을 했었는데 역시 나한테 매니징은 너무 어려운 업무였고 한편으로는 처음 매니징을 하면서 너무 큰 조직을 맡았단 생각도 들었다. 내 매니징에 대한 스스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사람의 감정에 그리 예민한 편은 아니라서 아무래도 어려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쨌든 다시 엔지니어링을 한다는 기쁨은 훨씬 컸다. 위에 말한 번아웃과 겹쳐서 그 기쁨을 완전히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배포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이전에 고민해보지 않았던 수준으로 고민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 재미가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개념과 내가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에서 자괴감을 들었지만, 개발에서 정말 많은 영역에 관여하고 있는 배포에 대한 고민은 꽤 재미있는 일이었고 내 경력에도 맞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 걸 잘 정리해서 말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공부하면서 주워들은 지식이 써 먹히는 것 같은 기분은 꽤 좋았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맞지만, 동료들한테 듣는 피드백에서 큰 방향 자체에서는 많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회사에 온 지 이제 1년이 좀 넘었는데 아직은 즐거운 편이다. 동료 한 명과 일하고 있었는데 내년에는 4~5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라 하던 일도 본격적으로 되고 협업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난 매니징을 못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매니징을 다시 할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있었는데 파트 리드를 하게 되어서(올해도 이미 하고 있었지만...) 걱정도 있지만, 전보다 작고 프로젝트 리드하는 게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좀 더 잘해봐야겠다.

스터디

퇴근하면 쉬기만 하던 올해 그래도 내가 뭔가 계속할 수 있게 해준 건 몇 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던 인프라 스터디였다. 멤버도 좀 달라지긴 했지만, 워낙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적극적으로 하셔서 나도 자극이 되고 스터디 진도를 따라가야 하니 쉬다가도 일어나서 조금씩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 Programming Kubernetes: Kubernetes를 쓰다 보니 오퍼레이터를 만들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스터디를 시작했다. 책은 꽤 좋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다. 진도 따라가는 거 말고도 많은 시간을 써서 공부했어야 더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 kubebuilder: 위 스터디가 너무 어려웠다는 것에 다들 동의해서 오퍼레이터를 만드는 프레임워크인 kubebuilder를 공부하고 공개된 오퍼레이터를 소스를 보거나 직접 만들어 보자. 이것도 마찬가지로 좀 어려웠고 정해진 진도가 없다 보니 좀 지지부진하게 스터디가 진행되다가 멈췄다.
  • Istio in Action: 회사에서 Istio를 쓰면서 관심이 생겨서 Istio 스터디를 후반기 내내 했다. 이번에도 진도 따라가는데 급급했지만 Istio에 관해서 많이 알게 된 스터디였다.

올해 스터디 마저 안 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다들 열정이 넘쳐서 스터디 끝나자마자 다음 스터디를 논의하고 있어서 내년에도 스터디에 열심히 참여해야겠다.

최근에는 성장이 멈췄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그동안 하던 것들로 유지 정도는 하고 있지만 성장은 못 하고 있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원인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공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집중해서 수련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련하지 않으니 얕은 수준의 지식은 쌓일지라도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할 게 많기도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것들로 둘러싸인 컴포트존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련이 안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에는 컴포트존이 거의 없으니 하는 것마다 수련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컴포트존이 많아지니 그 안에 갇혀버린 것 같다. 컴포트존 밖이 무섭다기보다는 갑자기 떨어진 생산성이나 어색함으로 다시 컴포트존으로 돌아오게 되어버렸다. 내년에는 의식으로 컴포트존 밖에서 수련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GitHub Stars

작년부터 GitHub Stars로 활동하고 있는데 비정기적으로 GitHub에서 컨퍼런스 콜을 열어서 기능을 설명해주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있고 대부분의 새로운 기능을 프리뷰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GitHub은 워낙 좋아하는 회사라서 이런 기능을 써볼 수 있는 것은 너무 좋지만, 영어를 잘 못 하니까 논의에 같이 끼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많다. 영어만 잘해도 훨씬 더 재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맨날 한다고만 하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ㅠ)

GitHub Korea 밋업

올해는 GitHub Korea와 밋업을 8월부터인가 진행하게 되었다. 난 발표는 안 하고 진행(?)을 맡았는데 GitHub Korea뿐 아니라 본사와도 커뮤니케이션하고 같이 하다 보니 밋업 시간도 약간 애매하고 준비도 좀 어려웠다. 나한테는 GitHub이 국내에서 밋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긴 하지만 실제로 퀄리티도 좀 애매하고 준비에 많은 시간을 못쓰다 보니 참석자도 많지 않았다. 다시 논의해서 내년 밋업은 잘 준비해서 다시 해보기로 했으므로 내년엔 좀 더 괜찮은 밋업을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블로그

월별 블로그 글 통계

올해를 글을 52개밖에 쓰지 못했고 매달 2개씩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제외하면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1월에는 새해 의지력으로 글을 많이 썼지만, 점점 줄어들어서 뉴스레터만 겨우 발행한 달이 너무 많아졌다. 블로그는 나에게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서 놓을 생각은 없지만 벌써 3년째 50개 정도의 글만 쓰고 있다.

연간 블로그 글 통계

새삼 이렇게 보니 블로그 참 오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든 스터디든 다 연결되어 있어서 코딩이든 사이드 프로젝트든 뭔가 계속 수련해야 그 가운데 글 주제도 나오고 글 쓰다 보면 코딩하게 되고 하는데 고리가 끊어지니 잘 안 되는 것 같다.(물론 todo 리스트에 글 주제는 엄청나게 밀려있지만...) 내년에는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맘 같아서는 유튜브도 하고 싶은데 유튜브는 나에겐 아직 어려운 포맷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12/31 15:36 2021/12/31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