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RetroTech 팟캐스트 44BITS 팟캐스트

[Book] 번역의 탄생

번역의 탄생

번역의 탄생 - 10점
이희재 지음
교양인

개발을 하다보니 원서나 영문문서를 봐야할 일이 많고 영어가 짧다보니 읽는것 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되서 중요하다 싶은 문서는 번역을 하면서 보고 그걸 블로그에 올리다 보니 번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IT서적은 아니지만 읽은 동기가 개발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곳에 올립니다.

일단 영어가 짧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이해를 못하면 번역자체가 불가능하니 넘어가더라도 한국말로 번역을 하는 건 그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내용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번역은 또 새로운 작업이었고(번역서를 내는게 아닐지라도) 왜 번역은 한국말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인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적절한 한국말로 바꾸는 것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신경쓰였던 건 오랜 주입식 영어교육으로 인하여 영어문체의 한국말도 너무나 익숙해져서 어느게 맞는 한국말인지 잘 감이 안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말에는 없었던 과거분사같은 "했다"가 아닌 "했었다"나 "했었었다"같은 시제나 수동태같은 느낌의 번역문들은 어려서부터 영어공부를 할때 너무나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이미 상당히 자연스러워 져서 괜찮은 번역문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주위에서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나 좋은 책이었고 번역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한두번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번역에 대한 테크닉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저자는 한국어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어서 한국어 답지 않은 문체나 표현에 대한 가이드도 절적히 해주고 있으며 번역할때 한국어에 대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까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한국어에 대해서 번역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직역과 의역을 들이밀기와 길들이기라는 단어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들이밀기 즉 직영을 하는 전통이 아주 강한데 저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길들이기 즉 의역을 해야한다는 입장에 있고 저도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다양한 번역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를 위한 책이나 소설들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제가 보는 책이나 문서는 거의 다 기술서이기 때문에 일부는 가려읽어야 될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의역을 해야하는 부분에는 크게 동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번역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많은 기법들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 영어는 명사가 한국어보다 훨씬 많아서 그대로 직역하면 글이 어려워집니다.
  • 영어명사에 동사를 덧붙히면 글이 쉬워집니다.
  • 명사는 동사로 바꾸고 형용사는 부사로 바꿉니다.
  • 지시 대상이 모호해질것 같으면 대명사를 명사로 바꾸고 불필요한 대명사는 제거합니다.
  • 한국어는 주어가 약하므로 번역할때 주어를 빼고 접속사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 사물이나 관념이 주어일 때는 이유를 나타내는 부사어나 사람주어로 바꾸면 좋습니다.
  • 수동태는 능동태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 사물의 시각을 사람의 시각으로 바꾸면 좋습니다.
  • "의"가 들어간 소유격을 주어를 이용하면 자연스러워집니다.
  • 행위주체인 사람이 안나올때 사람을 드러내면 좋습니다.
  • 사역동사는 "~게하다"로 나타낼수 있지만 "~시키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현재 한국어는 "~되다"라는 표현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 사물이 주어로 오는 타동사 문장은 사람이 주어로 오는 자동사 문장으로 바꿉니다.
  • 포괄적인 뜻의 영어 부사는 구체적인 뜻의 한국어 부사로 옮깁니다.
  • 영어동사는 한국어 동사에 부사를 덧붙여서 번역합니다.
  • "형용사+명사"는 명사를 작은 주어로 삼고 형용사를 작은 서술어로 나타냅니다.
  • "~적"이라는 표현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딱딱해지므로 "~롭다", "~답다"같은 접미사를 씁니다.
  • "명사 of 명사"같은 둘째 명사에 은/는을 붙여 주제어로 삼고 첫째 명사를 주어로 삼거나 뒤의 명사를 주어로 삼고 앞의 명사는 술어로 옮기면 자연스럽습니다.
  • 복수를 나타내는 '들'은 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고 있다", "~어 있다.", "~에 관한"은 남발하면 지저분해 집니다.
  • 전치사가 들어간 영어문장은 동사를 붙여주면 자연스럽습니다.
  • 부정문은 긍정문으로 옮기면 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 한국어는 결과를 말하고 이유를 나중에 말하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물론 이는 한번에 다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계속적으로 수련해 나가야 겠지만 사실 책을 한번 읽은 것 만으로도 어떤 번역이 자연스러운지 직역으로 해서 너무나 어색하고 딱딱한 문장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감 정도는 온 것 같습니다. 계속 참고한다면 훨씬 자연스러운 번역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09/11 03:15 2011/09/11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