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잦은 이직

불과 1여 년 전에 이직했는데 지난 4월 중순에 퇴사하고 이번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다. 저번 이직도 그러긴 했지만, 이번 이직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가 이직을 하게 되었다.

Bye Bye, Blockchain

지난 이직 글에 단기간에 결정해서 고민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 다 하기는 어렵고 나중에 나도 참고할 겸 간단히만 기록하면 블록체인 쪽 인더스트리가 혼란스러워도 그 가운데서 진지하게 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한 거라서 인더스트리의 혼란스러운 영향을 그대로 받았고 SRE라는 역할로 인프라를 공부하면서 블록체인의 분산 컴퓨팅 기술을 공부해 볼 수 있을거로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전혀 못 했다. 일은 벌여놓고 해결되지 않고 있던 서비스만 만들다가 시간을 보내고 인프라는 별로 만져보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은 낭비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물론 전혀 몰랐던 블록체인에 대해서 약간은 알게 되었다. 어디서 블록체인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충 어떤 기술 흐름으로 가고 있고 블록체인이 뭘 하려고 하고 코인 경제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문제는 무엇인지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생각이 옳든 아니든 전에는 "그래서 블록체인이 뭐야?"였다면 뉴스 보면서 이해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퇴사하면서 블록체인은 다시 안 하기로 했다. 최소한 5년 정도는 안보다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블록체인에 회의적인 입장이 되었다.(사실 원래도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블록체인이 현실에서 쓰이는 수준(업계에서 얘기하듯이)까지 가려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가 아직 너무 많다고 보는 편이고 여기에 돈과 관련해서 인더스트리가 혼란해 진 게 더욱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모든 블록체인 기술들이 다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그 많은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블록체인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데도 돈은 몰리다 보니 문제는 더욱 커졌다. 일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법(기술)을 찾아낸 것과 달리 대부분 블록체인 회사는 블록체인을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고(그래야 돈이 모이니까)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블록체인이 잘 될지 아닐지는 난 잘 모르겠고 내가 예측한다고 의미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쨋든 시장을 바꾸는 건 예찬론자이지 나 같은 회의론자는 아니므로 일단 내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겪어봤으니 더 해볼 생각은 없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좋은 동료들이 바로 옆에 있을 때 공부나 열심히 할 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한 곳도 있고 공개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내가 이직한다는 것을 알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신 곳도 있었다. 여태까지 이직하면서 동시에 여러 회사의 채용프로세스를 밟은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그냥 한 곳을 보고 이직을 하거나 많아야 2~3곳 정도와 얘기를 진행했지만 금세 내가 마음이 가는 곳이 확실해졌었다. 이번에는 꽤 여러 곳을 만나고 그중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한 곳도 여럿 있지만, 연봉 제안을 받는 순간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다.

여러 곳을 진행하면서도 맘을 정하지 못한 것은 "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뭘 해야 재밌을까?"에 대한 답이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국내에서는 너무 많은 회사가 Java를 사용하고 있어서 Java를 안 하니까 갈 수 있는 조직이 많지 않았고 전전 회사인 S사에서부터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때는 주로 인프라스트럭처는 같은 팀의 다른 분들이 했고 이전 회사에서 인프라스트럭처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 SRE라는 역할로 합류했었지만, 인프라는 아주 조금만 만졌고 이후에는 사업에 급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Node.js로 백엔드를 만들고 Electron으로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느라고 시간을 대부분 사용했다.

결국, SRE니 인프라스트럭처를 하느니 하면서 떠들기는 많이 떠들었지만 실제로 인프라 쪽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고 Kubernetes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성도 다양하게 배워보려고 했지만, 사용만 약간 했을 뿐이었다. 커리어가 좀 망가진 느낌이고 인프라 쪽으로 대부분 입사 지원을 하긴 했지만, 그쪽 경험이 많지는 않다 보니 "제대로 하면 재미있을까?",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가?", "백엔드 혹은 Java로 돌아가야 하나?", "앞으로의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가야 하나?" 등 많은 고민을 했고 방황을 하고 있었다. 입사 지원을 하기 전에도 퇴사를 맘 먹은 지는 좀 되었기 때문에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고 답이 나오지 않아서 일단 입사 지원을 했지만, 마지막까지도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 이 정도 진행하면 한쪽으로 맘이 크게 쏠렸던 이전과 달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최근 커리어가 좀 망가졌다는 느낌과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이번에 주변에서도 이직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던 터라 비슷한 고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이직할 때 뭘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나도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했다. 항상 비슷하게 생각하고 결정했었는데 크게 보면...

재밌을 것인가?

재미의 요소가 아주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재미있어야 나도 더 몰입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다. 재밌다는 것에는 회사의 분위기, 사업, 동료, 프로젝트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서 딱히 뭐가 재밌는가는 정확한 답은 없다.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결국은 내가 전에 주로 재밌어했던 것들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나한테 기대되는 명확한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내가 해낼 수 있는(혹은 하고 싶은) 역할인가?

요즘은 이직할 때 그 조직에서 내가 해야 하는 명확한 역할이 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야 가서 일할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고 다른 상황과 비교도 해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역할이라는 게 큰 직책이라거나 뭔가 해결사 같은 느낌이 아니라 간단히는 "A 프로젝트 백엔드 개발"일수도 있고 "기획팀과 커뮤니케이션 역할"같은 일일 수도 있다. 내가 관심 없거나 내가 전혀 할 수 없는 일이면 그 조직 내에서 내가 일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쉽게 선택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 조직에서 어떤 이슈들이 있고 무엇을 같이 했으면 좋겠는지를 많이 얘기해 보는 편인 것 같다.

2~3년 뒤에 내 경력에 도움이 되는가?

한 회사에서 평생 있을 것도 아니고 회사는 보통 다음 회사로 가는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내 경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건 특정 기술 스택일 수도 있고 더 큰 규모의 개발 경험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2~3년 뒤 내가 이직을 할 때 도움이 될 일이어야 된다. 물론 예상은 틀릴 수 있지만 그건 내 예측이 잘못된 거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ODK Media

다양한 고민을 했지만 ODK Media라는 곳으로 왔다. 사실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내의 동영상 콘텐츠를 해외(주로 미국)에 있는 한인들에게 스트리밍하는 회사이다. 일단 국내에서는 대부분 모르는데 해외에 있는 한인들을 물어보면 쓰진 않더라도 서비스 이름은 다 알고 있었다.

앞에서 여러 고민을 했다고 했지만 일단 지원한 모든 회사에서의 역할이 인프라스트럭처 관련이었고 지금까지 이쪽을 제대로 못 했지만, 아직도 관심 있다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SRE(Site Reliability Engineer)로 가기로 했다.(직책명은 회사마다 다르긴 하다.) 지원한 회사 중 큰 회사도 있고 작은 회사도 있었는데 앞에서 얘기한 조건과 나하고 핏이 잘 맞을 것 같은 곳이면서 도전적인 곳을 고민하다가 ODK Media로 결정했다. 여러 요소가 작용했지만 난 아직은 좀 더 작은 조직이 내가 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넘어와서 다양한 일을 겪어서 대기업을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대기업의 조직 체계로 인해 답답함(혹은 재미없음)을 내가 견딜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전에는 이어폰 꼽고 코딩만 하면서 개발팀하고만 얘기했으면 이제는 타 직군과도 이견 조율하면서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좀 느낀 터라 그런 부분을 같이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그리고 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 ODK Media에 많이 있어서 같이 일할 때의 느낌을 많이 예상할 수 있고 전의 협업 느낌이 좋았던 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퇴사할 때마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할 걸 왜 안 했지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번에 영어 공부에 대한 자극도 커진 상태고 해외 취업이 아니더라도 오픈소스에서도 영어의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어서 그 부분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 업무를 수행할 때는 한국어로 다 업무를 하지만 본사는 미국에 있으므로 일을 하면서 계속 자극도 받고 내가 하는 일의 영역이 커지면 어느 정도는 영어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일단 SRE로 입사를 하고 10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업무를 파악 중인데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인프라와 현재의 인프라 사이에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원래 관심사가 많아서 이것저것 보는 편이라서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기술을 깊게 공부해야 할 목적성이 명확해졌고 아직(10일 되어놓고!!) 재미있어 보여서 다양하게 공부도 하고 시도도 해보려고 한다. SRE(Site Reliability Engineer)라는 용어가 아직 국내에는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느낌이고 SRE에 대해서 좀 공부해본 느낌으로는 SRE가 넘어온 해외의 경우는 서비스 개발팀, 운영팀, 인프라팀 등이 다 나누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SRE팀이 존재하고 있어서 업무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한 데 비해 국내에서는 SRE가 인프라 구축/운영, 배포/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개발팀 지원 등 다하는 느낌이 있어서 SRE의 업무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에 대한 고민도 재미있는 고민이 될 것 같다.

이번에 팀(?)이 새로 만들어진 거라서 기존에 인프라 하시던 분들의 업무를 넘겨받아서 빨리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 걱정이 많다. 뭔가 할 때 팀 내 합의를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은 1인 팀이라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팀의 합의가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라서 심적으로 약간 불편함이 있다. 최소 한 명만 더 있어도 기술이든 설계는 논의하고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서 합의했다는 느낌이 있는데 지금은 그냥 내 개인 취향으로 정해질 것 같아서 차후에 팀이 커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아직 채용 공고는 쓰지 못했지만 SRE를 빨리 뽑아야 한다.(관심 있으시면 문의도 환영합니다.)

고민한 기간이 길어서 불안한 상태이다가 일단 결정을 하고 자리를 잡고 나니 지금은 맘이 편해진 상태이다. 재밌는 일을 많이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번 이직 때도 좋게 봐주시고 기회를 주신 분과 회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9/05/31 04:21 2019/05/31 04:21

Facebook F8 2019 후기 #2

이 글은 Facebook F8 2019 후기 #1에서 이어진 글이다.

Facebook F8과 해커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일요일부터 해커톤이라서 토요일에 산호세로 내려왔다. 보통 사람들 만나러 내려오는 지역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와야 했고 여기서부터는 Facebook에서 잡아준 호텔이었기 때문에 호텔도 꽤 좋았다. 체크인하고 토요일 저녁에 한국에서 온 해커톤 참가자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기로 해서 나도 놀러 나가서 인사를 나누었다. 몇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처음 참가 확정을 받고 참가하는 사람들과 채팅방을 열었을 때 느낌적 느낌으로 나랑 나이 차가 꽤 난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코딩만 하다가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도 아니었고... 실제로 가서 만났을 때도 많은 분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났는데 예상외로 다들 나랑 잘 놀아주셔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국내에서는 콘퍼런스를 가도 아는 사람들 인사하고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과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3, 4일을 계속 같이 지내면서 얘기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과 친분이 생긴 점(나만 그런가)이 재미있었다.

해커톤 행사장

해커톤을 일요일 오전부터 시작했고 각 호텔에서 셔틀을 운행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장소는 F8일 열리는 행사장 건너편인 City National Civic Center에서 열렸다. 총 170명 정도가 참여한 것 같고 개발자 외의 디자이너나 PM(?)도 있었다.

해카톤 참가 출입증

해커톤 주제는 UN에서 발표한 17개의 SDG 중에서 4가지를 선정해서 이 주제로 해커톤을 해야 했다. 인류의 빈곤이나 교육, 경제 등을 해결하는 주제라서 나한테는 좀 거창하게 느껴지고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앞에 나와서 한 명씩 자기 아이디어를 설명했지만 난 거의 못 알아들었고 아이디어 스피치가 끝난 뒤에는 각자 돌아다니면서 "어떤 개발자가 필요하다"거나 서로 "뭘 할 줄 아냐?", "무슨 아이디어를 구현할 거냐?" 물어보면서 팀을 구성했다. 잘 끼지 못하고 그냥 있다가 혼자 뭔가 생각해서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오클랜드에서 온 PM과 르완다에서 온 개발자와 얘기를 하게 되어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해커톤용 구호 물품

해커톤용 음료와 간식

밤을 편안히 새면서 계속 코딩만 하라고 구호 물품과 음료 및 과자는 무한으로 계속 제공되었다. 이틀 동안 커피와 콜라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모르겠다. 식사 시간에도 사실 그리 배가 고프진 않았다.

해커톤에 참여하는 정말 수년만인 것 같은데 이틀 동안 작업을 하면서 "아! 내가 이래서 해커톤을 싫어했지"라고 깨닫게 되었다. 일단 외향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뭘 잘하는지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과 협업하는 것은 나한테는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니었고 여기서 영어로 얘기하니까 훨씬 더 힘들었다. 그리고 나 포함 3명의 팀원 중 1명은 PM이라서 발표내용 정리만 하고 갔기 때문에 르완다에서 온 개발자가 프론트 앱을 만들고 내가 API 서버를 만들었는데 이 르완다 개발자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영어를 알아듣기가 특히나 힘들었다. ㅠ

중간중간 인터페이스를 협의할 때 리스트 조회 요청도 POST로 해달라거나 이해할 수 없는 엔드포인트 분리 등의 요청이 있었지만 잠시 논의 후 1%도 동의할 수 없었지만, 영어로 설득하는 게 훨씬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만든 API 서버를 요청에 맞게 다 고쳐주었다.(부들부들... 영어공부 할 테다!) 그리고 물어봐도 제대로 말을 안 해서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바일 앱에서 API 요청을 다 모킹하고 실제로 내가 만든 서버는 전혀 찌르지도 않고 제출을 해버렸다. 말로는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붙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데 내 느낌에는 연동해 보려고 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영어가 잘 안 통하니까 귀찮았는지 둘째 날 피곤하다고 자고 일어나서 작업한다고 하고는 너무 많이 잠을 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분이 나빴다. 차라리 안 쓸걸 알았으면 난 그냥 해커톤에서 놀면서 다른 사람들 작업하는 거 구경하면서 재미있게 놀았을 거다.

해커톤 코딩하는 내 자리

그래도 글로벌 해커톤을 경험해본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끝나고 생각해 보면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준비도 해오고 얘기하면서(영어가 되든 안 되든) 참여했어야 좀 더 보람찬 시간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구현하고 하면서 생각한 건데 Facebook의 API가 대부분은 비즈니스에 관련된 게 많아서 이런 주제에 쓸만한 API가 많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프 API는 대부분 글 조회나 페이지, 그룹에 관한 거였고 쓸만해 보이는 건 메신저 API나 딥러닝 플랫폼인 PyTorch 정도였다. React, React Native 등도 있지만 이건 아이디어에 영향을 주는 도구들은 아니라서... 그래서인지 꽤 많은 팀이 챗봇을 만들거나 다른 회사의 도구를 가져다가 쓰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페이스북 API를 알리기에는 SDG 주제가 좀 안 어울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해커톤 일정은 정말 빡셌다. 일요일 오전에 시작해서 화요일 아침 8시 제출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48시간이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해커톤을 밤을 새고 제출하고 와서 잠을 푹 자는게 맛인데 48시간이다 보니 첫날 잠에도 이틀 샐 자신은 없으니 들어가서 자고 둘째 날도 아침 8시 제출을 생각하니 잠을 자기도 뭐하고 안자기도 뭐한 상태로 계속 작업을 했다. 들어가서 몇시간 자고 오긴 했지만 이건 잠을 자지 말라는 일정 같기는 했다. 8시에 제출을 한 뒤에는 10시에 F8 컨퍼런스가 있었기에 키노트에 참석하고 끝나고 나면 12시 부터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한 2시쯤 끝나고 4시반에 결과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대기하다가 결과를 들으니까 하루가 끝나버렸다. 나는 좀 자고 오긴 했지만 몇몇 분들은 완전히 밤을 새고 계속 잠을 못자서 저녁에는 보기에도 너무 피곤할 정도가 되었다.

F8

키노트에서 발표하는 마크 저커버그

해커톤 제출하고 일찍부터 줄 서서 들어갔더니 꽤 앞에 앉아서 마크 저커버그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프라이버시 관련 얘기를 많이 했는데 메신저의 e2e 암호화 같은 건 국내에서는 일반화된 지 오래라서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메신저를 꽤 미는 느낌이 있었는데 타 메신저 앱 대비 가장 용량 적고 빠르다고 얘기를 했는데 내 속마음은 "너희는 Facebook 앱이 200메가 넘잖아"라고 하고 싶었다. ㅎㅎㅎ 그래도 이런 큰 행사의 키노트는 처음 와봐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페이스북이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던 "데이팅"과(국내에서는 아직 계획 없지만) portal은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서비스 외에 예전처럼 플랫폼이나 개발 쪽 얘기도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큘러스 부스

Portal 부스

위에서 얘기한 대로 F8 첫날은 키노트 외에는 해커톤 일정이 있었고 둘째 날은 체력이 고갈되어서 회복 모드를 취하고 있었기에 세션은 거의 듣지 못했다. 딱 하나만 들었다.(오히려 내가 듣고 싶었던 세션은 첫날에 더 많았다.) 앉아서 쉬고 부스 구경하고 또 쉬고 먹고 그러면서 보냈다. 부스는 꽤 크게 차려져 있었는데 내가 주로 가던 개발 콘퍼런스와는 완전 분위기가 다르게 다른 회사의 부스는 전혀 없고 모두 페이스북의 제품 부스만 있었다. 다른 서비스는 이미 잘 알거나 관심 없는 부분이라서 Portal을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완성도가 좋아서 집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따라서 카메라도 이동하고 여러 명이면 알아서 줌 인/아웃도 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페이스북 오픈소스 부스

사람이 엄청 많은 데도 행사장이 엄청나게 크고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쾌적하게 행사에 참여했던 것 같다. 음식도 맛있고 세션과 부스 등이 넓게 잘 분산되어 있어서 참여하기가 편했던 것 같다. 정말 사람이 붐빌 때는 저녁 네트워킹 파티 때였는데 이때도 시작할 때만 줄이 길고 이후로는 괜찮았다. 거의 클럽처럼 꾸며놨는데 보통 하듯이 조용히 음식 먹고 술 마시다가 돌아왔다. 너무 시끄러워서 영어로 얘기까지 하기는 힘들었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과 좀 친해져서 같이 왔다 갔다 하면서 구경을 했다.

해커톤 현장에 방문한 저커버그

해커톤 심사 때는 저커버그도 잠시 들러서 아주 가까이서 저커버그를 볼 기회도 있었다. 저커버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일이 생기다니... ㅎㅎ 다들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듯 저커버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F8 로고

다른 회사도 요즘 콘퍼런스 지원을 잘 해주는 것 같긴 한데 운이 좋아서 지원받은 덕에 2주 동안 즐겁게 놀다가 돌아왔다. 나름 리프레시가 좀 필요한 시기였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사람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F8 세션을 거의 못 들었더니 F8 후기인데도 F8 얘기는 정작 많지 않군. 그래도 기술적으로 깊이 들어가는 세션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아주 아쉽진 않았다.

2019/05/28 04:29 2019/05/28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