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1일까지 GitHub Universe 콘퍼런스에 참석하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다 왔다.
샌프란시스코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결국 소프트웨어를 가장 선도하는 회사들이 이 실리콘밸리에 모여있다 보니 이 동네에 오기만 해도 좀 설레고 지나가면서 내가 아는 회사들 간판을 볼 때마다도 설레는데,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별고 안 해도 꽤 좋았다.
1~2년에 한 번 정도는 콘퍼런스 참석 목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편이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서 2019년 GitHub Universe를 참석하고는 4년 만에 방문하는 샌프란시스코였다. 팬데믹 후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많이 위험해졌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서 큰 차이 없을 거라고 하면서도 약간 걱정되었다.
막상 갔을 때는 잠시 머무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게 느껴졌다. 텐더로인이나 시빅센터 부근은 예전부터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자주 가진 않는 편이기도 하고 이쪽은 이전보다 약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좀 더 위험해졌는지 몰라도 나는 유니언 스퀘어 부근에서 샌프란시스코 역 사이만 왔다 갔다 하는 편이라 이전과 차이가 없게 느껴졌다. 원래도 좀 길에서 냄새도 나고 노숙자도 꽤 있고 가끔 노숙자가 말도 걸고 그래서 불편하고 그랬기에 이전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한번 가기가 쉽지 않다 보니 콘퍼런스보다 일주일 먼저 가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렀다. 샌프란시스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매일 저녁 다양한 밋업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 덕에 밋업에 참여하면서 여러 회사 오피스도 방문하고 티셔츠도 생기고 저녁까지 얻어먹고 오면서 저녁까지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커뮤니티가 회복이 안 되었는지 여기도 5일 다 출근하는 회사가 아직 적기 때문인지 meetup 사이트를 아무리 찾아봐도 갈만한 밋업이 보이지 않았고 오프라인 밋업 자체가 상당히 줄어들어 보였다. 보통 와서 요즘 실리콘밸리는 이런 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오프라인에서 느낄 방법의 하나였는데업을 하나도 참가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코워킹 스페이스
업무를 해야 했기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았다. 카페에 가면 노숙자나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화장실 갈 때 짐을 다 싸서 갔다가 와야 해서 불편하기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보통 이용하는 편이다. 예전에 사무실이 WeWork를 이용할 때는 샌프란시스코의 WeWork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가장 편하긴 했는데 이젠 WeWork도 파산해서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 간 곳은 Trellis라는 곳이었는데 가보니 예전에도 가본 곳인데 이름만 바뀐 곳이었다. 하루 이용에 $29인데 사이트에서 예약도 가능하지만, 그냥 입구에서 결제하고 들어갈 수 있다.
여긴 인터넷과 전기는 무료이지만 커피는 바로 옆에 커피숍이 있어서 따로 사 먹어야 한다. 싼지 비싼지 좀 모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책상도 편하고 인터넷도 빠르고 입구에서 등록자만 들어오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노트북 놔두고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좋다. 아쉬운 건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5시에 나와야 했는데 저녁 9시까지 정도만 해도 좋을 텐데 아쉬웠다. 당연히 주말에도 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보면 워라밸이 좋다고 할 수도 있고...
중간에 이동해야 해서 하루 종일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날은 그냥 카페를 이용했다. 스타벅스보다는 그래도 Philz Coffee가 쾌적해서 필즈 커피를 이용했다. 당근마켓에 입사한 뒤로는 Wayland라는 영어 이름을 쓰고 있기에 커피숍에 갈 때마다 Wayland라는 영어 이름을 시도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내 발음도 문제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 아니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한국 이름으로 불러줄 때도 제대로 된 적이 이전에도 한 번도 없긴 했다.
Google Office
트위터에서 알게 된 Daniel Lee님의 초대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 오피스에도 갔다 왔다. 보통 구글 방문할 때는 마운틴뷰에 있는 오피스만 가봤는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도 구글 오피스가 있는 건 올해 처음 알았다. 시내라 훨씬 가까워서 다녀오기 편했고 내부는 구글 오피스 어디나 비슷한 느낌으로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발코니에 나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베이브리지 뷰가 아주 좋았다. 점심 먹고 오피스에서 몇 시간 일하다가 간식까지 얻어먹고 나왔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 건물은 Mozilla가 있는 건물이기도 해서 몇 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긴 한데, 오랜만에 다시 오니 역시 경치가 좋았다. 건물 반대쪽으로 가면 Firefox와 Mozilla 로고가 있는 데 간 김에 사진도 한번 찍고 올 걸 그냥 온 게 아쉬웠다.
Meta HQ
기환 님의 초대를 받아서 Meta의 오피스인 MPK 22에 방문했다. 전에도 있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오피스가 꽤 크기 때문에 오피스를 오갈 수 있도록 자전거가 많이 있었고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많이 있는 게 부러웠다. 시스템이 있어서 충전 순서가 되면 알림이 와서 내려가서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Meta의 오피스는 MPK 20, 21, 22 이렇게 나뉘어져 있지만 건물은 하나라서 이동할 수 있다. MPK 20번 대를 쓰는 곳은 새로 만들어진 오피스이고 구 오피스는 1번 대를 쓰는데, 과거에 해커웨이라고 길의 이름을 짓고 Sun Micro Systems의 간판을 뒤집어서 페이스북의 간판으로 쓴 곳이 구 오피스이다. 몇 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MPK 22까지는 있지 않았던 거 같은데 사무실이 더 커져 있었다.
점심도 맛있었는데 얘기하면서 먹다가 사진 찍는 걸 잊었다. 오피스가 크다 보니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종류의 구내식당이 있어서 취향에 따라 먹을 수 있었다.
구역마다 분위기가 약간씩 다른데 MPK 22는 신기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 곳곳에 커피도 주고 요거트도 주어서 밖에 나가서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캘리포니아는 역시 날씨가 참 좋다. MPK라는 약자가 궁금했는데 Meta가 있는 지역인 Melon Park의 약자라고 한다. Google 오피스로 가는 버스는 Mountain View를 뜻하는 MTV라고 되어 있어서 버스 탈 때 이 약자로 구분해야 한다고 한다. 지역 이름을 쓰는 게 신기했는데 이 지역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하기 때문에 과거 시위 등도 있었고 해서 버스 등에 크게 Facebook이나 Google이라고 쓰는 대신 지역 이름의 약자를 쓴다고 한다.
얘기하면서 고민하다가 구 오피스에 있는 샵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도 티셔츠 등을 사 갔었는데 이 Meta의 SWAG을 파는 샵이 구 오피스에만 있었기에 이렇게 초대받아 왔을 때만 살 수 있다. 좀 걸어가야 해서 고민했는데 미리 말할 걸 그랬다. 다행히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구 오피스까지 방문했는데 새 오피스와 달리 캠퍼스 분위기가 나서 좋아하는 곳이다. 이날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사람도 많고 외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Meta 로고가 붙은 파타고니아 자켓이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서 고민하다가 파나고니아이기도 하고 또 언제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티셔츠 몇 개와 함께 구매했다.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티셔츠가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새 SWAG이 많이 생겼다.
Meta Office
한 10년 전에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디자이너가 얼마 전에 유럽에서 샌프란시스코 Meta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오셨을 때 보고 오랜만이라 연락했더니 마침 사무실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었다.
시내에도 Meta 오피스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Park Tower라는 꽤 높은 건물에 있어서 사무실에서 보이는 베이브리지 뷰가 구글 오피스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높은 건물에 올라와 볼 일이 없어서 이렇게 높은 곳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여기는 인스타그램 팀이 있어서 인스타그램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광고도 많아지고 예전 느낌이 덜 나지만 그래도 인스타그램은 처음 스타트업으로 나왔을 때부터 여전히 좋아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Google Visitor Experience
최근에 마운틴뷰에 Google Visitor Experience가 생겼다는 걸 알고 있어서 딱히 할 일이 없는 주말에는 칼트레인을 타고 내려갔다 왔다.
이 Visitor Experience는 Google의 새로운 오피스인 Gradient Canopy에 위치하고 있었다. 가기 전에는 이 Gradient Canopy 전체가 비지터 센터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Gradient Canopy는 구글의 새로운 오피스 건물 이름이었고 비지터 센터는 옆에 작게 있었다. 옆에 언덕에 올라가 보면 이 Gradient Canopy가 여러 개 있는걸 볼 수 있다. 약간 한국의 기와집 느낌도 나면서 건물이 아주 이뻐서 안에도 너무 들어가 보고 싶었다.
구글의 픽셀폰이나 Nest 등 구글의 전자 제품과 SWAG을 살 수 있는 스토어가 있고 옆에는 식당과 카페가 있었다. 설명을 보면 커뮤니티 모임 공간으로 빌려주는 공간도 있는 걸로 보였다.
Apple Visitor Center
Google Visitor Experience 간 김에 지도 보니 Apple 비지터 센터가 멀지 않아서 우버를 타고 들렸다. Apple 비지터 센터는 가본 적이 있긴 하고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우버 비용이 싸진 않지만, 마운틴뷰 쪽까지 내려오긴 쉽지 않았고 주말이라 1시간에 1대 있는 기차도 시간이 남아서 어정쩡했다.
Google 스토어와 Apple 비지터 센터에서 티셔츠를 몇 장 샀다. 구글에 오프라인 공룡은 피규어도 있어서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크고 어디 놔둘 데가 없어서 그냥 왔다.
일요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RetroTech 팟캐스트 대본도 쓸 겸 Sight Glass에서 놀았다. 여긴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데 유일한 단점으로는 전원있는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맥북이 M2 맥북이라서 하루 종일 놀아도 배터리 걱정이 크게 없어서 여기서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이라고 해도 5시까지 밖에 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좀 늦게까지도 하는데 스타벅스는 가기 싫었고 내가 가는 필즈커피나 사이트글라스나 다 5시까지만 해서 저녁 먹고 6시면 숙소에 와있었다. 이제는 밋업도 없어서 저녁때 달리 할것도 없었다. 숙소가 최대한 싼 숙소를 잡았기에(SWAG은 100달러 주고 구매하면서도 숙소에 100달러 쓰는 건 너무 아까워서 못 쓰겠다..) 책상이 없어서 침대에 누워서 늦게까지 앉았다 엎드렸다 하면서 컴퓨터를 했다. 또 샌프란시스코에서 7시 정도가 되면 한국이 출근 시간이 되기 때문에 슬랙을 계속 보다 보면 잠잘 시간이 되었다.
Nova 2023
이번에 GitHub Universe에 참석하게 된 것은 내가 GitHub Stars인 것이 크다. 티켓도 지원해 주었고 약간의 여행비도 지원해 준 데다가 Nova 콘퍼런스라는 GitHub Stars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콘퍼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GitHub Universe는 수, 목 2일간 진행되는데 Nova 콘퍼런스는 월요일에 진행이 되었다. GitHub Stars는 현재 총 93명이 있는데 처음 생겼을 때가 팬데믹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고 혹시나 기대했던 작년에도 국가별로 코로나 상황이 달랐기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다행히 올해는 오프라인/온라인으로 진행되어서 30여 명의 GitHub Stars가 모일 수 있었다.
행사는 GitHub HQ에서 진행되었는데 사실 그동안 다양한 시도로 GitHub 오피스는 많이 오긴 했다. 그래도 이번엔 정식 초대를 받은 거라 입구에서 등록하니까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스티커를 주었다.
GitHub의 CEO인 Thomas Dohmke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인지 행사가 아침 7시부터 시작했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와야 했기에 너무 힘들었고 이후에도 여러 GitHub의 발표 세션이 있었지만, Nova의 각 세션은 모두 비밀이다. 대부분은 2일 뒤에 GitHub Universe에서 공개되긴 하지만 Nova는 보통 내부 제품이나 계획을 공개하고 Stars와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NDA 하에 진행되므로 공개할 수는 없다.
이 글은 GitHub Universe 2023 참석기 #2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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