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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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Network를 보고

이 블로그에서 영화 얘기같은건 안하는 편이긴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는 포스트구글이라고 불리는(이젠 거의 확정이죠 ㅎ)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보기 전에도 기대를 했고 보고 나서 역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마크 주커버그가 하버드에서 페이스북을 만들고 창업해서 성공하기까지의 얘기를 영화로 담은 것 이지만 그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원작은 The Accidental Billionaires라는 책으로 그 내용은 여기에 잘 정리가 되어 있더군요.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은 아래글을 마저 읽기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버드커넥트와 더페이스북
영화가 나오기 전에 소셜네트워크라는 영화가 약간 마크 주커버그를 비난하는 것으로 들었었고 영화 개봉 전에 주커버그가 1억불을 사회에 기부한 것도 곧 이어질 비난흐름에 대한 이미지를 위해서 그랬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사실 영화를 보면 그런 쪽에 초점이 있다는 느낌은 저로써는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를 훔치고 친구를 내치고 하는 그런 부분에 대한 내용은 나왔지만 이런 것은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영화에서 그다지 주커버그를 나쁜 캐릭터로 비추고 있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나쁜 이미지를 주면 반대로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주고 하는 등....

비난의 핵심은 주커버그가 Winklevoss형제의 하버드커넥트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것인데 저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영화이므로 어느정도의 픽션은 들어갔겠지만 영화상만으로 봤을 때 주커버그가 윙클보스형제의 하버드커넥트를 만들어 주겠다는 얘기를 하고는 연락을 피하면서 "더페이스북"을 만들고 어느정도 만들어지자 하버드커넥트에 회의적인 반론을 제기하면서 일하기를 꺼려하고 더페이스북을 오픈한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고 주커버그도 더페이스북에 확신(?)을 할수 없었기에 어느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하버드커넥트에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근데 이 문제는 이 문제고 아이디어를 훔쳤냐 하는 것은 좀 다른 얘기로 생각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커버그가 하버드커넥트의 아이디어를 듣고 "더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것은 명확하지만 그게 머 큰 문제냐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이긴 하지만 "괜찮네"정도의 아이디어는 널려있다고 생각하고 핵심을 그것을 실체화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아이디어가 중요치 않은건 아닙니다. 그 아이디어에서 혁신이 일어나니까요.) 주커버그가 하버드커넥트를 윙클보스형제와 같이 만들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의 위치에 페이스북대신에 하버드커넥트가 그 위치에 있었을까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하버드 커넥트도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었습니다. 주커버그가 처음 아이디어를 듣고 한 질문 "Myspace랑 Frendster랑 머가 다른데?"(Frendster는 자막으론 해석도 안해주더군요 ㅠㅠ)에도 나타나있듯이 나머지 개념은 이미 기존의 SNS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였고 주커버그의 눈을 반짝거리게 한 "하버드 생만 이용가능하다"는 부분만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Image by Paul Walsh via Flickr

나머지 아이디어는 Myspace랑 Frendster의 아이디어를 가져온것은 괜찮고 "하버드 생만 이용가능하다"를 가져온 것은 도둑질이므로 안된다 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훔쳤다고 얘기한다면 피카사는 플리커의 아이디어를 훔쳤고 마이스페이스는 싸이월드를 훔쳤고 버즈는 트위터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미투데이도 트위터를 훔치고 다시 요즘은 미투데이를 훔쳤다고 해야 맞는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가까운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친게 문제라는 건데 아이디어의 훔친 것의 여부를 가깝냐아니냐로 판단한 것은 저로써는 좀 이상해 보입니다. 영화내의 대사대로 주커버그는 하버드커넥트의 코드를 단 한줄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만들던 서비스를 가져다가 개량해서 자신의 것인 것처럼 만들었다면 모를까 얘기만 듣고 만들어낸 것을 도둑질이라고 한다면 IT에서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남의 아이디어를 듣지 않도록 귀를 막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등에서 수없이 듣는 다른 회사의 성공한 서비스같은 것을 보고 "별거 아냐 우리도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어"라던가 "우리도 생각했는데 뒷통수 맞았다"라는 말들을 저는 "능력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냥 생각으로 있는 아이디어와 그걸 구체화하고 실체까지 만들어낸 능력 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년전에 미투데이가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했을때 그보다 몇주전에 나온 플레이톡이라는 서비스가 미투데이를 배꼈다고 논쟁이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만박님이 얘기하신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듣고 플레이톡의 운영자가 배껴서 만들었다느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결국은 미투데이가 성공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이건 미투데이가 원조라거나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미투데이의 운영능력이나 미투데이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죠. 영화에서 무임승차를 하려는 것은 주커버그가 아닌 오히려 윙클보스형제라는 생각입니다. 아주 구체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IT에서는 아이디어는 공유되고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
영화내내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영화속에 묻어납니다. 우리나라가 갖지 못한... 우리나라의 벤쳐가 성공하지 못하는 핵심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 성공하려면 실리콘밸리로 가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것을 보는것 만으로도 개발자로써 영화를 보는 재미가 꽤 있는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의 히스토리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냅스터의 숀파커는 페이스북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칩니다.(그 결과로 주식의 7%를 가지고 있더군요.. 7%면 얼마야 덜덜덜) 사실 영화내에서 숀파커는 그렇게 좋은 캐릭터로 비쳐지지 않습니다. 놀기 좋아하고 약간은 허풍도 치는 캐릭터이고 노골적이진 않지만 영화내에서는 은연중에 숀파커가 더페이스북의 CFO인 알도를 내쳐버리는 것으로 비쳐집니다. 주커버그는 그 사이에서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표현이 되죠.(따로 반대행동도 하지 않지만요.) 약간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쳐졌지만 숀파커가 끼친 영향은 대단합니다. 영화속에서 숀파커는 주커버그의 우상처럼 비쳐지는데 초기단계에서 더페이스북의 미래를 내다보고 이건 정말 크게될 사업이라는 생각을 심어준 것이나 "더페이스북"에서 The를 빼버리라고 한 것이나 벤쳐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아내도록 하고 페이스북을 확장하게 해준 것은 지금의 페이스북을 만드는데 엄청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없었다면 영화속에서 숀파커가 빅토리아시크릿에 대한 얘기를 한 것처럼 지금처럼 크기전에 군침을 삼키고 있던 구글이나 MS에 페이스북을 헐값에(지금의 가치에 비하면 헐값) 팔아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꽤 기분좋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문화도 영화속에 잘 묻어있는 것 같고 너무 픽션이 가미되지도 않고 아주 현실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주커버그를 비난했다기 보다는 엄청난 성공을 한 주커버그를 둘러싼 비난, 불미스런 일들, 소문들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잘 엮어놨다는 느낌입니다. 영화는 딱히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서요. 오덕스런 개발자의 마인드로 세계 최고의 성공까지 이루어내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퍼부을 만큼 매료된 아이디어를 가졌다는 것도 부러웠습니다. 

광고를 다는 것은 쿨하지 못해
스탠포드에도 오픈하자. 팔로알토에도 우리를 알려야지
냅스터는 실패한게 아냐. 음악산업의 패턴을 완전히 바꿔버렸으니까

영화내의 위와 같은 대사들은 개발자로써 왠지 마음을 동하게 했습니다. 뭔가 동질감 비슷한 거라고나 할까요? 어쨌던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주커버그는 저때부터 슬리퍼를 신고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ㅎ
2010/11/21 23:59 2010/11/21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