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과 13일 사이에 3년만에 열린 P-camp와 대안언어축제 2011, "다시 돌아온 대안언어축제!"를 갔다가 왔습니다. 한번도 안가본 행사라 행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지만 작년에 대언언어축제와 약간 얽힌 사연이 있는 관계로 대기자에서 올라가자마자 바로 신청해서 참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행사 바로 전날 몇년만에 올까말까한 정신적 타격을 입었던 관계로 사실 참석자체를 포기할까도 당일 아침에 생각했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참석은 했는데 좀 멍한 상태라 많은 집중과 적극도는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이 후기도 개인적인 느낌이기에 그런 부분에 대한 영향이 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 브레이킹 "3Keywords" - 박준표
사실 낯가림이 심한 저는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행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3Keywords라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아이스 브레이킹은 꼭 개발과는 관계가 없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것", "최근에 새로운 것을 시도한 것", "올해 이루고 픈 목표"라는 3가지에 대한 키워드를 종이에 적고 3분간 앞에 사람과 얘기하면서 키워드에 대한 부가정도를 상대카드에 적어주는 방식입니다. 3분이 지나면 옆으로 이동해서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게 됩니다. 너무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인 데다가 얘기할 키워드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즐겁게 얘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10명 이상 얘기하고 나니 좀 힘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짧아서 낯가리고 뭐할 틈도 없었던데다가 무얼 얘기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보니 아이스 브레이킹으로는 괜찮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설프게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며 같은 테이블에 있는 사람과 얘기해 보라는 등의 방식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안언어배우기
오후의 세션은 4개의 트랙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4시간 전체로 진행되는 대안언어배우기라는 트랙과 프로그래밍 입문하기1, 프로그래밍 입문하기2, SW공학 둘러보기 트랙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다른 트랙에 엄청 듣고 싶은 세션이 없기도 했고 대안언어축제에 참가한 목적중에 하나가 대안언어를 좀 배워보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안언어배우기 트랙을 선택했습니다.
대안언어배우기 트랙에는 LISP, Smaltalk, Haskell, Objective-C, Orca, Erlang, Lua, Ruby, R/Netlogo등의 언어가 있었고 여기서도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ㅠㅠ 시작할때 각 언어별로 발표자가 나와서 5분정도씩 언어 및 세션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전에 어떤 언어를 들어야 할지 맘의 결정을 하지 못한 저로써는 이시간에 정해야 했었습니다.
Lua vs JavaScript - 아샬
시작할 때 발표하는 것을 보고 확 맘을 정해서 선택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객체에 대한 부분과 Duck Typing에 대한 얘기를 하셨었고 처음에 보여주었던 Lua의 코드가 JavaScript와 너무나 유사한 점이 흥미로워서 들었습니다만 기대했던 진화하는 객체에 대해서 좀 알아보려는 것과는 다르게 프로토타입기반 언어의 기초적인 내용정도에 그쳤었습니다. 처음 보고 흥미로웠던 Lua의 코드도 몇번 보다보니 그냥 JavaScript와 거의 동일하게 동작하는구나의 이해정도로 관심이 멈춰버렸고 JavaScript는 그래도 많이 만져봤기에 기초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은 제가 기대한 것과는 난이도가 맞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언어에 대해서 설명할때 객체에 대해서 객체가 어떻게 진화되어 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하셔서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대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프로토타입기반 언어의 기본적인 특성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기 때문에 JavaScript를 오랫동안 저로써는 관심도가 꽤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발표가 안좋았다기 보다는 제가 난이도 기대를 잘못한 것에 더 가까웠습니다. 프로토타입 기반언어를 처음 보신 분들은 꽤 흥미로워 하시더군요.)
Haskell
Lua vs JavaScript는 2시간으로 끝났기 때문에 함수형 언어인 Haskell로 이사를 갔습니다.(언젠가 스칼라를 보면서 헤매고 있을때 함수형 언어를 이해하려면 하스켈을 봐라라는 글을 본 기억때문에 한번 구경해 보고 싶었습니다.) 2시간으로 끝났던 Lua vs JavaScript에 비해서 하스켈은 총 4시간을 이어서 진행했는데 초반 2시간을 빼먹고 후반 2시간만 듣게 된 저로써는 처음에 문법이 좀 생소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작년에 Scala를 한 덕인지 이런 저런 특성을 보다보니 Scala에도 저런거 있는데 하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처음의 기초적인 설명을 빼고 듣다보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여러 세션이 진행된 행사이다 보니 당연하겠지만 듣지 못한 세션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물론 반대의 선택을 했을때도 마찬가지의 결과일수도 있겠지만요.) 축제 전에는 사실 LISP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면 너무 많은 곳에 관심을 가지는 결과가 오게 될까봐 약간 의도적으로 LISP는 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안된 결과가 나오다 보니 LISP나 4시간 동안 진득하니 듣거나 하스켈만 들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서 보니 커먼리습과 클로저를 가지고 잘 설명하고 있는것 같았고요.
Integrated Large Group Method를 이용한 unconference - 미디어아티스트 최승준
LETS, OST, WORLD CAFE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LETS에 대해서는 LETS에 대한 소개동영상을 보시면 이하하기가 쉬울 겁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행사장 뒷편에 붙어 있는 판에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알려주고 싶은 것/알려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적고 자신이 누군지 연락할 트위터 정보등을 적어서 붙히고 또 다른 판에는 "배우고 싶은 것/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는 것"에 대해서 적습니다. 이 정보를 통해서 서로 연락을 취해서 성사되면 "약속이 성사된 배움들"로 종이를 이동하고 몇시에 어느곳에서(이날은 테이블에 번호를 매겨서 번호를 표시) 할 것인지를 적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OST는 배움은 아니지만 이야기해보고 픈 주제들에서 적고 사람들이 모이면 진행이 되고 World Cafe는 좀더 심도있는 토론에 대해서 진행하기 위해서 열립니다.
사실 이런 방식의 행사자체가 처음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시간표에 unconference라고 나와있었지만 어떤 형식의 행사인지도 몰랐고 최승준님이 나와서 오전에 한번 설명하고 저녁먹기 전에 다시 설명을 했지만 2번 설명을 들으면서도 저걸 왜 설명하는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고 막상 unconference가 시작되었을때도 정확히 어떻게 배움이 성사가 되는거고 진행된다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이런 식의 행사가 제대로 되려나 싶은 걱정도 좀 있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다들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리들이 열렸고 상당히 자유롭고 활발한 모임이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Github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듣고 대충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구경다니다가 펭귄너구리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1월에 봄싹에서 발표하려고 준비했던 자료를 가지고 node.js에 대해서 LETS를 진행했습니다. 초반에는 몇명이서 시작했는데 곧이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막상 이런 자리를 열고 나니 참으로 다양한 관심사(개발뿐만 아니라 화성학이나 그림그리기 같은 자양한 주제에 대한 LETS가 진행되었습니다.)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기도 했고 초반에 LETS를 아주 어렵게 생각했는데 나도 나눌수 있는 거리가 약간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대안언어축제에서 저로써는 가장 인상적인 행사였고 즐거운 자리였지만 2시간정도 진행된 이후에야 맨앞에 스크린을 통해서 어떤 자리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표시했는데 이런 부분이 초반부터 진행되었다면 진행이 더 순조로왔을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관심이 있던 주제들도 시작시간을 못 맞춰서 또는 이미 끝난뒤에 그런 주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경우가 좀 있었습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인 사람들에게는 초반에 어떤 행사인지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튜토리얼
클린코드 - 이준하
하룻밤을 보내고 둘째날 오전은 재미있는 튜토리얼이라는 행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행사가 있었지만 저는 클린코드를 들었는데 제가 기대난이도를 너무 높게 잡았는지 기대만은 못한 자리였고 더군다나 세션진행자체가 듣기에 편한 환경이 아니라서 더욱 그랬습니다. 아마도 제 예상으로는 발표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가 발표자에게 정확히 공유가 되지 않아서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프로젝터같은 것이 아닌 일반 PC모니터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는데 한 20여명정도가 모이다 보니 뒷쪽에 앉아있던 저로써는 화면의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말도 아주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았던 탓이 상당히 있었습니다.(물론 이부분은 제 개인적 사정으로 지속적인 집중을 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거기에 작년에 스터디했던 엉클밥의 클린코드에 나온 내용정도로 느껴졌습니다.
둘째날 오후에는 Ignite 프리젠테이션 스타일로 20장의 슬라이드를 15초씩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유주제로 각 참가자가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지만 체력적 고갈로 인하여 점심이후에 집으로 귀가를 했습니다.
Epilogue
행사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많은 세미나나 컨퍼런스등을 참여해봤지만 기존에 참여하던 것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안언어축제라는 이름에서 축제라는 단어가 들어있듯이 개발자 혹은 개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축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제가 기술에만 한정되지 않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대부분의 관심사가 기술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이번 행사에서도 기술에 대해서 배우고 익히는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좀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즐겼더라면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기술에 대해서만 들으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대안언어축제의 성격에 맞추지 못해서 우왕좌왕하게 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세션에 대해서도 발표자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특히 기술의 대한 관심사도 제각각인) 기술 세션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션의 난이도를 초심자를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대안언어라는 행사 자체를 약간은 Geek스럽고 수준이 높은 행사라고 무심코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런 부분은 간과해서 세션에 대한 난이도 예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행사장 뒷편에 TEST와 FEEDBACK이라는 판이 붙어있어습니다. TEST는 세션을 듣기 전에 어떤 내용을 기대하는지 어떤 것을 배우기 원하는지를 적어서 발표자 혹은 진행자가 참고할 수 있게 하는 TEST CASE같은 역할을 하고 FEEDBACK은 행사후에 소감을 적어서 발표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공간입니다. 이 방식은 전에는 보지 못했던 지라 꽤 인상적인 부분이었는데 초반에 한번 설명한 뒤에는 지속적으로 이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인 홍보가 좀 부족해서 시간이 갈수록 참여가 좀 적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행사가 무산되었을때는 정말 많은 실망을 하기는 했고 그뒤에도 여러번 연기되는 것을 계속 보고 있기는 했었지만 행사에 대한 진행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불만하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진행이었다는 얘기는 아지만 이정도 규모에 행사를 프로들이 진행한 것도 아닌 것을 감안하면 적당히 아마추어 냄새가 나면서(좋다는 얘기입니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 없는 원활한 진행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3년만에 열린거라 언제 또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안언어축제가 열리면 좀 좋은 컨디션으로 다시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와서 온라인으로 펭귄너구리님이 행사에 대한 후기를 채팅으로 공유해 보자는 제안을 하셔서 약간은 어색한(?) 인터뷰같은 성격으로 온라인상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펭귄너구리님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습니다.
역시 파워블로그님!!! :-)
역시는 뭐에대한 역시인가.. ㅋ
그래도 재밌었겠는데요!
예 재밌었어요...
역시 후기 끝판왕!
끝판왕. ㅋㅋㅋㅋㅋ
깨면 엔딩나오는건가요? ㅋ
후기의 끝판왕! ㅋㅋ 정말 공감~
LETS에서 node.js 세션 잘 들었습니다!
나중에 또 뵈요 ^^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
아이폰 LETS도 하나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ㅋㅋㅋ 담에 또 뵈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