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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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 8점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입니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결국 이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올해 사망했습니다. 이 책대로라면 잡스는 책이 자신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전혀 읽어보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저는 처음 PC를 애플II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딱히 애플에 대한 애착은 별로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함은 당연히 인정하고 있었지만 애플의 폐쇄정책은 별로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애플을 많이 거부했었습니다. 뭐 지금은 워낙 제품을 잘 만들어내다보니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애플 제품으로 교체되어버렸습니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번역에 대한 얘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저는 민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 전기가 출판되면서 전문 번역가 좋아하시네: 『스티브 잡스(안진환 옮김)』 번역 비판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SNS를 중심으로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퍼져나갔습니다. 제가 의외였던 부분은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번역에 문제가 있으니 사지 말아야 겠다거나 원서를 사야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저 글을 보기 전에 책을 이미 예약판매에서 구입했지만 저 글을 보고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사소한 이슈들로 보였고 개인이 그런 의견을 낼수는 있지만 과도하게 퍼진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서도 술술 읽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단 저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번역이 좀 안좋더라도 원서를 읽는것 보다는 역서를 읽는게 훨씬 편하고 제가 원서를 읽으면서 해석한게 이 역서보다 낫다라는 자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저는 원서읽기가 그렇게 편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 비판의 내용을 보면 너무 사소한 이슈들이고 상당수는 역자에 따라서 다르게 사용할 만한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 입장이 반대였어도 이런 단어가 더 적절하다라고 누구나 말할 수 있었을꺼라는 것입니다. 정답은 없기 때문이죠. 물론 저 글을 보면 번역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민음사에서 쪽대본때문에 생긴일이라는 변명을 올리기는 했지만 제가 신경쓰지 않은건 그때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이지 제가 개발을 하기 위해서 참고하는 표준명세가 아닙니다. 만약 W3C 표준명세를 보고 제가 개발을 한다면 아주 사소한 번역의 문제로도 구현이 잘못될 수 있기에 문제가 커지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닙니다. 역서를 읽을 사람과 원서를 읽은 사람이 이 책을 아주 디테일하게 논의하더라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즈의 천재성"이라고 번역한 부분을 저 글에서는 "워즈의 천재성을 어느정도 갖추었다"라고 해야 맞다고 했다고 해서 제가 잡스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연 저 글을 퍼트리는 사람들이 세부내용을 직접 읽어보았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아무튼 책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잡스와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잡스의 삶이 아주 디테일하게 나와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잡스를 찬양하는 책은 아닙니다. 물론 잡스의 삶에서 찬양(?)할만한 요소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많이 있지만 잡스의 삶에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고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잡스는 제 생각보다도 훨씬 독단적인 스타일의 사람이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실제로 잡스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욕을 느낄정도의 면받을 주고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당연하고 독단적으로 밀어버리는 스타일... 만약 인터넷 게시판에 잡스라는 주어를 빼고 상황만 묘사해서 올린다면 당장 그만두라는 댓글이 많이 달릴 것입니다.(물론 이 시대가 7~80년대의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과는 무척 다릅니다.) 아마 잡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면 제가 그를 알아볼 능력이 없는 것이었겠지요. 지금 많은 회사가 개발자를 마구 부려먹는 것을 합리화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잡스와 잡스가 아닌 사람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잡스는 실제 열정을 가질만한 일의 비전을 보여주었습니다. 매킨토시를 만드는 일, 아이폰을 만드는 일, 아이맥을 만드는 일 등 실제로 세상을 바꿀만한 가치가 있고 그런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결국 해내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잡스밑에서 있던 사람들은 잡스가 보던 비전을 같이 보고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서 열정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일반적으론 그다지 가치도 없는데다가 좋지도 않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단순히 월급을 준다는 이유로 개인의 삶을 다 바칠 정도의 열정을 보여달라고 요구합니다. 얼핏 미묘해 보이는 차이일지라도 그런 일에 열정을 느낄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잡스의 이런 능력을 "현실왜곡장"이라고 부릅니다. 잡스가 스스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믿고 주위사람도 그렇게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는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세상을 바꾸면서 위대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전기의 내용을 요약하기는 그렇고 아래는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입니다.

"그는 절대로 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차려서는 안 된다고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쏟아부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 오래도록 생명력을 지닐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지요."
이 말은 마이크 마쿨라가 잡스에게 한 말입니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잘못된 제품을 출시하느니 일정을 어기는 게 낫다."
잡스는 제품에 대한 여러가지 철학이 있습니다. 애플에 제품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게 애플에 매력이죠. 아이폰 이후부터는 애플은 일정도 칼같이 지킨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출시일을 어기느니 어설픈 제품이라도 출시하는 것이 현실이죠.

"매킨토시를 개발하는 동안 배운 것은, A급 직원들은 A급 직원들하고만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B급 직원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지요."

"애플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계획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그들도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좋은 전략과 보조를 맞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런 전략이 없었던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동기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합니다. 준이 시시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람들이 음악이나 예술을 우리처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승이한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음악을 사랑해서입니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 최고의 동기부여였다."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잡스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품 자체에 애정이 있는 것과 단순히 출시할 제품을 정해놓고 일하는 것과는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잡스의 사업원칙 중 하나는 결코 자기 잠식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잡아먹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다들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밥그릇이 생기면 그것을 지키는 수동적인 태도가 됩니다. 이는 이상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회사가 하지만 애플은 최고의 위치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이뤄내고 현재 위치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이런 결과를 실제 보여준 것에 대해서 감격스러울 정도입니다.

"실리콘밸리는 나를 많이 지원해 주었지요. 최선을 다해 그걸 갚아야 합니다."

"어던 기업을 시작했다가 매각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현금이나 챙기려고 애쓰면서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부르는 이들을 나는 몹시 경멸한다."
마지막으로 잡스가 애플에 돌아와서 광고로 사용했던 문구... 이 내용이 애플과 잡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미친 자들을 위해 축배를,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 같은 이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규칙을 싫어합니다. 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는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로 봅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자들....., 바로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2011/11/23 03:08 2011/11/23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