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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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kstarter에 대한 생각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렇지만 새로운 웹서비스도 많이 써보면서 많은 자극도 받고 제가 만들어 보고 싶은 서비스나 프로그램도 많이 생각하다보니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뭐 제가 전문가도 아니니 평가라기 보다는 서비스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나중에 다시 보면서 안목을 늘리기 위함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두달 전에 트위터에도 올리긴 했는데 그 뒤에도 한번도 올리지 못했네요. 기술얘기보다는 좀 추상적이기 때문에 글로 정리하기가 쉽지은 않군요.


매력적인 Kickstarter
Kickstarter는 아실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서비스이지만 간단히 설면하면 홈페이지에 "Kickstarter is the world's largest funding platform for creative projects."라고 나온대로 음악, 기술, 영화,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올리면 다수의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하고 펀딩받은 금액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플랫폼입니다.

KickStarter 로고

어떻게 보면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만 사업을 위해서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라민은행을 온라인으로 만들어놓은 Kiva와도 유사합니다. 엄청난 돈을 가진 VC나 엔젤투자자는 아니지만 투자자의 수를 수백, 수천으로 분산해서 투자자(?)는 소액을 투자하고 사업자는 필요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실제 Kickstarter를 이용해서 펀딩을 받거나 펀딩을 해본 적은 없어서 디테일한 세부사항은 모르지만 Kickstarter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스타트업이나 회사의 규모보다도 작은 경우 투자를 받는 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데 Kickstarter에 오렸을 때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으면 아이디어를 구현할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딱히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이고 Kickstarter가 인기를 얻은 덕분에(물론 그 배경에는 좋은 아이디어의 아이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펀딩에 참여할 준비가 된 많은 사람들이 Kickstarter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Kickstarter는 홍보의 효과도 줄 수 있는듯 합니다. 대기업처럼 인프라를 갖지 않은 스타트업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와 구현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사람들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라져갑니다. 하지만 Kickstarter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 미리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알릴 수 있고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이러한 주목을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이런 포지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매리트입니다.

저는 이런 서비스를 좋아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자연스럽게 윈윈할 수 있으면서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션에 대한 책은 보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그닥 흥미를 못 느끼는 UI만 좀 괜찮아진 북마킹서비스에다가 억지로 큐레이션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보다 이런 서비스가 더 큐레이션에 가깝다고 봅니다.)


Kickstarter에 대한 우려
Kickstarter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약간씩 우려되는 점들이 있습니다.(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잘 나가고 있는듯 합니다.)

Kickstarter


과도한 펀딩
Kickstarter를 보고 있으면 펀딩이 좀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얼마전 가장 많이(혹은 빨리) 펀딩을 받은 아이템에 대한 글을 Kickstarter에서 올린적이 있습니다.  그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OUYA - $2,589,687.77
  2. Double Fine Adventure - $1,064,652.05
  3. Pebble - $863,132.92
  4. Wasteland 2 - $555,407.84
  5. Shadowrun Returns - $378,008.28
  6. Amanda Palmer - $223,348.50
  7. The Icarus Deception - $178,194.00
  8. Elevation Dock - $161,507.00
  9. Penny Arcade Sells Out - $151,221.17
  10. gTar - $138,891.00
위 기록은 저 글을 적는 시점의 금액입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콘솔게임기인 OUYA는 6만여명에게서 $8,596,475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 금액은 100억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어드벤처 게임인 Double Fine Adventure는  37억원정도를 유치했고 아이폰/안드로이드와 연동되는 시계인 Pebble는 110억정도를 유치했습니다. 이렇게 최상위 제품외에도 새로운 IDE인 Light Table은 3억5천정도를 모았습니다. 실제로 목표했던 금액을 훨씬 웃도는 금액들입니다.

물론 이렇게 크게 유치하는 만큼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고 (킥스타터에서는 펀딩이 잘 안되는 제품들은 찾아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쉽게 금액으로 판단할 수 없기에 합당하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인기 제품들을 보면서 펀딩이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회사라는 입장에서 보면 몇억, 몇십억정도의 금액은 큰 금액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연 킥스타터가 아니라 직접 펀딩을 유치했으면 저정도의 금액을 벌 수 있었을까? 아니면 펀딩없이 제품을 릴리즈했을 때 저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었을까 하면 좀 회의적입니다.


리스크에 대한 보상??
또 한편으로는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리스크에 대한 어떤 보상을 받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저만 그럴지도...) Kickstarter에 올라온 제품들은 동영상이나 사진등으로 제품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제품은 없는 상태이고 대부분은 여러달 후에나 제품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펀딩을 안해봐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펀딩참여할 때 돈을 입금할 테니 돈을 미리주고 물건을 나중에 받는 것입니다.

이건 당연히 리스크입니다. 그리고 제품이 릴리즈되었을 때 기대했던 것과 똑같은 제품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만 믿고 투자를 한 것입니다. 수많은 회사들이 만들겠다고 한 것과 다른 제품을 완성하고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개발도중 산으로 가는 것을 생각하면 Kickstarter에 올라온 제품들이라고 소비자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켜주는 회사들만 모여있을 리가 당연히 없습니다. 그러면 기대한 제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당한 채 미리 돈을 준 것입니다.(정확한 돈이 결재되는 시점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킥스타터는 목표금액을 이뤘을 때만 지급하기 때문에 펀딩이 끝나는 시점에 결제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VC나 엔젤투자자도 비숫한 위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Kickstarter에서는 좀 다릅니다. VC나 엔젤투자자는 투자를 하고 실제 성공을 했을 때 계약에 따라 수익을 나눠갖게 됩니다. 하지만 Kickstarter에서는 보통 제품을 받게 됩니다. 금액에 따라 옵션이 추가된다거나 고급 제품을 준다거나 하는 등의 차등을 두고 릴리즈 되었을 때 그에 대한하는 제품을 주는 방식입니다. 제품이 릴리즈 되면 당연히 판매를 할 것이므로 회사는 추가수익을 얻겠지만 투자자는 약속된 제품을 받고 끝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신 훨신 싸게 구매를 할 수 있어야 할것 같은데 그다지 싸지 않습니다. Kickstarter에서 제가 관심을 가진 제품들은 꽤 있지만 결국 구매는 하지 않은 것이 비싸서입니다. 아이패드용 키보드케이스인 Brydge도 제품만으로는 엄청 갖고 싶은 제품이었지만 스피커없는 모델이 170불로 거진 20만원 정도합니다. 아이패드 키보드케이스중에 최고라 생각하지만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비싼것이 사실입니다.(아니면 출시했을 때는 훨씬더 비싸거나...) 위에서 얘기한 라이트테이블도 50불인데 소프트웨어를 많이 구입하는 저로써도 50불이 넘는 개발도구는 몇가지 안됩니다. 몇가지 사려고 했다가도 리스크는 있지만 이익은 없는것 같아서 그냥 약간 더 비싸지더라도 제품 나온거 보고 사자! 쪽으로 기울었습니다.(몇개월짜리 예판처럼 보여서...)

실제로 Brydge같은 경우 펀딩후에 힌지의 디자인을 초기의 미려한 디자인에서 이상한 디자인으로 바꾼다고 올렸다가 많은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포함해서 아예 프로젝트 자체가 실패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가도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무쪼록 우려는 우려고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컨셉은 무척 맘에 들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잘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ㅎㅎ
2012/08/10 02:56 2012/08/10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