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s Dev Story

Stay Hungry. Stay Foolish. Don't Be Satisfied.
RetroTech 팟캐스트 44BITS 팟캐스트

또 한번의 이직

1년 8개월 만에 다시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고는 지난 번 퇴사를 하면서 적었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그때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각오로 하고 있었나... 원래 이번에는 3-4년 정도는 있을 생각으로 왔었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이직을 하게 됐다. 퇴사하는 얘기는 좀 민감한 요소가 많아서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다. 그냥 불필요한 얘기는 빼고 나중에 다시보고 생각해 볼 것들만 적으려고 한다.

해커와 화가라는 책을 보면 저자인 폴 그래엄의 회사가 야후!에 인수된 이후에 "몸의 절반을 물에 담그고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당시 이 책을 읽은 나로써는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처음 느껴본 좀 당황해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어쨌든 그러다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동적이 되어버렸다. 이건 반성...


어쨌든 자바 프로젝트는 해봤다.
어쨌든 이직의 가장 큰 목표였던 자바 프로젝트를 해보았다. 개발기간만 1년가까이 되고 개발자만 100여명정도가 참여한 꽤나 큰 프로젝트였다. 큰 규모인데다가 참여한 인력의 기술 수준도 높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프로젝트의 레이아웃은 거의 잡혀진 상태라 내가 초기부터 다 셋팅할 필요가 없었고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었다. 실무 프로젝트로는 처음 해보는 스프링이고 생전 처음 사용 해보는 myBatis와 몇 년만에 구경해 보는 오라클이었지만 그동안 스터디나 세미나 다니면서 귓동냥으로 배운 것들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각 세부 동작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응해서 개발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큰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바 프로젝트의 전체 풀 프로젝트를 완전히 해보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는 단순 코딩외에도 형상관리, 배포, 서버관리, 의존성관리 등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사실 스터디만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고 이슈가 되는 부분도 잘 감이 안왔었는데 실제로 해보면서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막연히 생각하던것과는 달랐던 점들도 많았다. 기존에는 지식만 가지고 있었다면 거기에 경험을 좀 더 추가하면서 좀 더 나의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TDD도 어느정도 적용하면서 역시 괜찮은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리눅스 서버관리에도 상당히 익숙해 졌고 형상관리할 때 브랜칭 전략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역시 Subversion은 구리다는 생각을 하면서...) 암튼 기존에 내가 힘들어하던 실무경험을 많이 갖지 못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하게 되었다.(앞으로 더 해나가야 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부족
기술적인 면에서는 얻은 면도 많고 경험한 것도 있지만 나로써는 내가 가진 문제들을 좀 깨달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나는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고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기에 사람과의 관계를 잘 쌓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그런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이번에는 그 문제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연차가 올라가면서 그런 능력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인지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이구나"라고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뭐 초기에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나서 보면 약간)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뭐 다 핑계에 불과하고 다른 것을 떠나서 좀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더라면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지나고 나서 보니 명확한 나의 실수였다.(퇴사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은 더 명확해졌다.) 다음 조직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찾아온 좋은 기회...
그러다 좋은 기회가 생겼다. 내가 이미 많이 알고 있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한 조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여기서도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같이 일하고 있는건 아니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도 뛰어나신 분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도 왔다. 초기에는 이직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거절을 하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이 들어오기도 했고 원래 아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을 약간 두려워하는 편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설득당한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상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는데 현실적이 문제를 떠나서 조직이 추구하는 이상(좀 애매하지만)이 다르다는 것도 나를 좀 힘들게 만들었다. 어쨌든 개발자로써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이고 더군다나 한 조직에 모여있기 쉽지 않아보이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비스 운영쪽에만 오래 있다보니(원래는 몇년 더 서비스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왔지만.) 좀 더 새로운 부분에 도전하고 싶어졌고 가봐야 아는 거지만 어느정도 해결되거나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어
이미 결정은 났지만 사실 그동안 미국을 가느냐 마느냐를 많이 고민했다. 여름에 nodeconf때문에 미국에 갔다와서는 무척 가고 싶었다. 꼭 미국에서 일하고 싶다 이런것 보다도 영어라는 큰 장벽을 치워버리고 수많은 개발자와 소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미국(혹은 영어권 다른 국가)로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도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말이 꼭 틀린말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생활 중 영어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벼량끝으로 몰아서 아예 영어권으로 나가는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였다. 외국기업으로 취직해서 취업비자로 나간다면 당연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현재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방법은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였고 결국 그냥 모든걸 다 버리고 가서 돈을 쓰면서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참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두려웠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상담을 했다면 "가라"라고 말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막상 내 상황이 되니 좀처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웠다. 이직과 연수를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은 이직을 선택했다. 물론 시기와 방법을 조정했을 뿐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다시한번 설레이는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잠시동안은 자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갖지로 했다. ㅎ
2012/12/31 01:27 2012/12/31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