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열린 AWS re:Invent에 다녀왔다. 내가 갔다 온 일정은 26일 ~ 3일까지였다. 보통 미국 가면 2주는 가는 편이라 이번에도 콘퍼런스 뒤에 1주일을 더 붙이고 싶었고 동료들한테 동의도 얻었지만, 메가존에 지원받은 re:Invent 일정상 쉽지 않았고 또 요즘 환율도 만만찮은 관계로 포기했다. 2012년 Nodeconf로 처음 해외 콘퍼런스를 갔다 온 뒤로 매년 갔지만 이전 회사에서 20년 2월에 LA로 출장 겸 미국은 갔다 온 뒤로는 코로나로 인해서 2년 만에 처음 가는 해외 콘퍼런스였다. 참고로 이 글은 콘퍼런스 후기이지만 개인 사정상 기술적인 내용은 없고 거의 여행기처럼 되어버렸다.
SRE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re:Invent에 많은 관심은 없었기 때문에(물로 발표된 제품에는 관심 있지만...) 이번이 처음 가보는 re:Invent였다. 내가 처음 re:Invent 가는 거라고 하면 의외로 주변에서 놀라곤 했는데 개인적으로 re:Invent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기회도 없었지만 가기가 좀 꺼려졌었다. 예전에 갔다 온 사진 볼 때 키노트 들으려고 새벽부터 복도에 줄 서 있는 거 보고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항상 다른 콘퍼런스를 갔던 거 같다. 이번에도 사실 re:Invent 안 가고 내가 관심 있는 다른 콘퍼런스를 갈까 하고 목록을 정리해서 여름부터 살펴보고 있었지만, 환율이 너무 오르면서 정작 실행하지는 못했고 회사에서 지원을 받아서(회사에서 사용하는 AWS의 리셀러의 지원이지만...) 갔다 오게 되었다.
이번 re:Invent는 한국에서 1,5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메가존에서 지원받아서 가는 사람들도 전세기를 빌려서 가게 되었다. 전세기라고 특별할 건 없고(대한항공에서 일정 외에 내준 거라 비행기가 최신은 아닌 듯) 한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모두 re:Invent에 참석하는 다양한 회사의 사람들이었다. 나는 26일 ~ 3일까지 가는 일정이었고 re:Invent가 28일부터였기 때문에 시차 적응을 할 시간이 하루 더 있었기 때문에 일정은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Day 1
re:Invent에 6만여 명이 참석한 걸로 들었는데 미국 라스베가스 도시가 re:Invent 주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re:Invent에 대한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메가존에서 버스를 준비해 주어서 공항에서 숙소로 바로 이동했다.
숙소는 Resorts World Conrad였다. 라스베가스는 2019년에 Akamia Edge에 회사 일로 참여하면서 처음 가봤기에(지금 보니 이때는 어째서인지 후기를 쓰지 않았다.) 두 번째 가보는 라스베가스였다. Resorts World는 2019년에는 없던 호텔로 최근 2년 이내에 지어진 호텔로 알고 있다. 그래서 re:Invent가 열리는 중심인 베네시안 호텔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걸어서 한 20분 정도)
숙소는 꽤 좋았지만, 뷰도 좋았다. 뷰를 자주 내다보지는 않았지만...
첫날 저녁은 메가존 담당자분이 저녁 식사를 마련해 주어서 메가존 사람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팀 동료와 카지노에 있는 바에서 간단히(라고 하지만 가격은 꽤 나온..) 술을 한잔하고 들어갔다. 첫날이라 시차 적응을 위해서 열심히 2시까지 버티다가 잠을 잤다. 보통 미국 갔을 때는 혼자 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녁에는 할 일이 없어서 침대에서 컴퓨터를 쓰다가 못 버티고 9 ~ 10시 사이에 잠들었다가 5시 정도에 깨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2시까지 자지 않고 잘 버텼다.
미국은 정말 한국과 너무 다르게 마스크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금방 익숙해져서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게 되었는데 "아~ 예전에는 이렇게 다녔지"하면서 너무 편하게 느껴졌다.
Day 2
둘째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메가존에서 준비해 준 그랜드캐년 등의 관광 일정이 있었지만 난 따로 신청하지 않았던 관계로 다른 동료들과 자유시간을 보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라스베가스 중심가를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베네시안 호텔에서 AWS re:Invent 등록을 받는다고 해서 미리 받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 등록했다.
이미 베네시안 호텔 안에 있었지만, 등록을 하는 곳으로 갈 때까지 10분 이상은 걸은 것 같다. 라스베가스 호텔은 다 이런 규모라서 이미 건물 안에 있어도 한 블록은 걷는다는 생각으로 다녀야 한다.(다리가 엄청 아프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거대한 AWS 로고가 반겨주었다.
한쪽에는 AWS 행사에 맞게 꾸며져 있고 큰 칠판이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좀 더 들어가면 등록하는 곳이 보였다.
등록하는 곳도 엄청나게 컸다. 다행히 re:Invent 시작되기 전날이라서 그런지 아주 복잡하진 않았다. QR 코드를 준비하라고 하는데 QR 코드를 어디서 확인하는지 몰라서 그냥 여권을 보여주면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하는 반대에서는 SWAG을 받는 곳이 있다. 옆에서 후디 사이즈를 보기 위해 입어볼 수 있는 곳이 있고 SWAG 받는 곳에 가서 사이즈를 말하면 후디를 받을 수 있다. 추가로 자신의 의도를 보여주는 배지도 받을 수 있다.
등록 후 받은 이름표와 뱃지다. 뱃지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나를 부를 때 어떤 성별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내가 대화하기를 원하는하는 지 등을 표시하기 위한 용도이다.
저녁에는 AWS 한국 고객의 밤이 하드록 카페에서 있어서 여기서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도 오프라인 콘퍼런스를 못한지 2년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못 보던 반가운 사람들도 꽤 많이 만났다. 이때는 잘 몰랐지만 나는 메가존 지원으로 참석했기 때문에 다른 날에도 저녁 행사가 있었는데 대부분 메가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였는데 이날은 AWS 한국 고객 전체가 모이는 자리라서 이때 만난 분들을 이후에 또 보기가 쉽지 않았다.
Day 3
해외 콘퍼런스를 많이 참석해 봤지만, re:Invent는 나에게는 꽤 어려운 콘퍼런스이긴 했다. 일단 규모가 너무 컸다. 내가 갔던 행사 중에는 KubeCon이 제일 컸었는데 그런데도 세션 스케쥴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어느 시간에 어떤 세션을 듣고 어느 시간대는 관심 있는 세션이 별로 없어서 쉬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등의 스케쥴 관리를 할 수 있었는데 re:Invent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세션이 너무 많아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예약을예약을 앱에서 할 수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세션은 예약이 완료되어서 당일날 가서 줄을 서서 들어가는 구조였다. 당일날 줄을 서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못 들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re:Invent는 6만 명이나 참여하는 엄청나게 큰 행사였기 때문에 4~5개의 호텔에서 세션이 열리기 때문에 어디서 열리는 세션인지도 같이 확인해야 했다. 아까 말한대도 한 호텔 안에서도 10분 이상 걸어가야 할 정도로 호텔이 크기 때문에 한 호텔에서 다른 호텔로 이동한다고 하면 30분 정도는 여유를 생각하고 이동해야 했다.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체력을 생각해서 A 호텔에서 세션 듣고 B 호텔로 갔다가 C 호텔로 이동하는 등의 동선은 쉽지 않다. 원하는 주제의 세션을 골라서 시간대를 보면서 같은 호텔 내에서 세션을 들을 수 있게 선택해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일단 관심 세션을 검색해서 마구 등록은 한 다음에 거기서 동선을 작성해야 할 것 같았다.(나한테 특히 더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한국 고객의 밤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의기투합이 되어서 한인 식당에 가서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 마침 이날은 한국 월드컵 경기가 새벽 5시에 있었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나서 축구를 봤다.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먹다가 보니 월요일은 re:Invent 시작일이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시작은 화요일이고 월요일은 day 0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는 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텔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오후에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re:Invent 행사장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여기는 부스가 모여있는 공간은 어디 있나 궁금해졌는데 그게 Expo라는 걸 알게 되었고 4시에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통은 시작하면서 같이 여는데 따로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가서 줄을 서 있었다. 운 좋게 좀 일찍 줄 선 덕에 오픈되는 걸 보면서 입장을 했다.
옆에 이런 큰 장소가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엄청 많은 부스가 Expo 내에 있었다 콘퍼런스 세션도 좋지만 이렇게 부스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SWAG도 받고...
Expo에 갔다가 저녁에는 메가존에서 준비한 Hyper Night가 숙소 1층에 있는 바에서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회사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다른 회사 사람들하고 인사를 했다.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라 조용히 앉아만 있었는데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자리를 비켜주면서 다른 회사 사람들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호텔 방으로 올라왔다.
Day 4~5
아침을 re:Invent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에 Wynn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키노트는 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베네시안 호텔로 이동했다. 행사장으로 한창 가고 있는데 안내하시는 분들이 키노트장에 자리가 꽉 찼으니 극장으로 이동하라고 해서 사람들 가는 길을 따라서 한참을 갔더니 극장이 나왔다.
꽤 고급스러운 극장이었는데 키노트를 중계해주고 있었다. 이 극장 외에도 많은 세션장에서 키노트를 중계해주어서 해당 장소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중계이긴 했지만, 극장이 좋아서 몰입감 있게 키노트를 볼 수 있었지만, 키노트는 상당히 길어서 마지막 부분에는 나와서 Expo를 구경했다. 키노트의 내용은 내가 여기서 정리하는 것보다는 너무 많은 제품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AWS 블로그를 참고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사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아침 먹고 키노트를 듣기는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깨닫고 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호텔에 가서 약을 먹고 잠을 잤다. 이날 저녁에도 메가존 행사가 있고 다음 날도 re:Invent가 있었지만, 호텔에서 이틀간 잠만 잤다. 원래 건조함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인데 몸이 안 좋으니까 너무 건조해서 코가 찢어질 것 같았다.
미국 와서 아팠던 적이 없는데 오랜만이라 기대하고 온 미국에서 아프니 아쉬웠다. 이틀간 누워있다 보니 수요일 저녁부터는 몸이 좀 나아지기 시작했다. 상비약 등을 챙겨 다니는 타입이 아닌데 동료들이 있어서 약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메가존이 김치 식당에서 한식을 제공해 주어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TrendMicro와 같이 협찬해서 준비된 식당인데 난 몸이 안 좋아서 술은 먹지 않았다. 그래도 고기를 먹으니 좋았다.
Day 6
이날은 re:Invent의 마지막 날로 듣기로는 사람들도 많이 빠진다고 한다. 어쩌면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Werner Vogels 박사님의 키노트가 있는 날이었는데 몸 상태도 완전해지지는 않아서 호텔 방에서 봤다. 막상 가도 극장에서 볼 수도 있고 방송으로 들으면 통역도 편하게 들을 수가 있어서 그냥 호텔 방에서 들었다.
저녁에는 re:Play에 참석했다. re:Play는 re:Invent 마지막 날 다 같이 모여서 노는 축제 같은 거로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에너지가 좀 빨린다) 저녁도 먹어야 해서 구경하러 갔다. 입장부터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2019년 F8에 참석하면서부터였던 거 같은데 미국 법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 때는 보안 검사(무기나 위험한 것이 있는지)를 하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총기/폭탄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생긴 거 같은데 이때도 검사를 해야 하므로 들어갈 때 줄을 좀 서 있어야 했다.
re:Invent 대부분이 그렇지만 re:Play도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다. Arena가 나중에 Martin Garrix가 와서 공연하는 곳인 거 같았다. 엄청 유명한 DJ라는데 나는 잘 모르고 해서 공연을 보진 않았다.
이렇게 큰 천막이 있어서 어떤 곳은 게임하는 곳이고 어떤 곳은 먹는 곳이고 그랬다. 저녁 먹고 사람들하고 얘기하다 보니 꽤 시간이 늦고 하필 이날 온도가 꽤 내려가서 상당히 추웠다. 그래서 밥만 먹고 들어왔다.
Day 7
이날은 드디어 귀국하는 날이었다. 항상 미국에서 즐겁게 지냈는데 귀국하는 게 반가울 줄이야.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미국 방문이었다. 아침에 포르투갈과 월드컵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한식을 먹고 경기를 봤는데 극적으로 승리하고 16강에 진출하게 되어서 너무 신났다. 돌아올 때는 13시간도 넘게 비행을 한 거 같아서 힘들었지만, 무사히 잘 들어왔다.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이 자정이었던 관계로 집에 올 수단이 없어서 장기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뒀는데 역시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 ㅎㅎ
내년에는 더 재미나게 콘퍼런스를 갔다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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