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Creativity, Inc.: Overcoming the Unseen Forces That Stand in the Way of True Inspiration의 번역서로 Pixar의 만든 CEO이자 지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이기도 한 애드 캣멀이 쓴 책이다.
스티브 잡스와 Pixar의 사진으로 유명한 이 사진에 왼쪽에 있는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면서 Pixar의 CEO인 에드 캣멀이다. 스티브 잡스는 워낙 유명하니 말할 필요가 없지만 Pixar하면 (우측에 있는) 존 레스터의 이름을 더 많이 들은 터라 에드 캣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이 사진이 Pixar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을 들 정도로 지금의 Pixar가 있기 까지 이 세명이 모두 중요했고 책을 읽고 나서는 에드 캣멀이 Pixar를 운영하기 위해서 노력한 얘기가 모두 담겨 있어서 Pixar를 실제로 움직인 것은 에드 캣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떤 회사나 인물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은 너무 많아서 좀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Pixar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이 아니라 에드 캣멀이 수년간 Pixar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마인드와 접근했던 방법 등 조직 운영에 대한 에드 캣멀의 모든 생각이 잘 담겨있다. 그리고 평소에 어느 정도 알고 있던 Pixar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정리되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순히 회사 운영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Pixar를 만들고 성장시키고 디즈니와 합병하기 까지의 오랜 이야기를 하면서 그 가운데서 에드 캣멀이 어떻게 회사를 운영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최고경영자는 《포춘》 표지를 장식하며 “신시대의 거인”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특히 이런 최고경영자들의 자신감이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극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들이 잘 경영한 덕에 기업이 탁월한 실적을 내고 정점에 섰으니 그럴 만도 했다. ... 그러다가 이들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어리석었다고 평가받는 잘못이 아니라, 당시에도 명백히 어리석어 보이는 잘못을 저지른다. 나는 이들이 왜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지 알고 싶었다.
내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관찰하면서 흥미를 느낀 대목은 기업의 흥망성쇠나 기술 진보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이 아니라, 외부 경쟁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기업을 파멸로 몰고 가는 조직 내부의 문제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영자들의 맹점이었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실리콘밸리에 성공한 수많은 회사가 있고 거기에는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이 어느 순간 회사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다른 회사에 밀려나게 된다. 에드 캣멀은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Pixar에서는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Pixar라는 조직을 운영하게 되는데 그 경험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에드 캣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관련 일을 하다가 루카스 필름에 입사하지만 조지 루카스가 이혼 문제로 그래픽 부문을 매각하면서 스티브 잡스와 만나게 되고 디즈니에서 나온 존 레스터까지 합류하면서 Pixar를 만나게 된다.
픽사 사장으로서 내 목표는 언제나 픽사가 창업자들(스티브 잡스 회장, 존 래스터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그리고 나)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게 픽사에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후 에드 캣멀은 Pixar에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이 책이 나한테 재밌었던 것은 Pixar라는 내가 좋아하는 회사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애드 캣멀이 Pixar에 만들려고 했던 문화나 마인드에 크게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겪어 본 크고 작은 조직에서 관리자로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회사가 접근하고 있는 관리 방법에 의문도 가지고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를 운영하거나 수익을 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는데 Pixar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회사가 내가 상당히 동의하는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했다는 점에서 공감이 많이 간 것 같다.
우선 나는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할 능력, 기여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 다음에는 의도한 사람은 없어도 내가 경영하는 기업이 은연중에 직원들의 재능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재능 발휘를 억누르는 원인들을 파악하고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최고의 경영자들은 자신 역시 모르는 것이 있음을 인정한다. 겸손이 미덕이어서가 아니라, 이런 마음 자세로 접근하지 않으면 최고의 혁신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정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가치와 정직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들은 공포심과 자기보호 본능 때문에 종종 자신의 생각을 숨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정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방안 중 하나는 ‘정직’이라는 단어를 뜻은 비슷하지만 윤리적 함의는 적은 단어인 ‘솔직함’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다.
실패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패에 적절하게 접근하면,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이 이 같은 주장을 ‘실패는 필요악’이라고 해석한다. 실패는 필요악이 아니다. 실패는 전혀 ‘악하지’ 않다. 실패는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영자가 자신의 실수, 자신이 실패에 기여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직원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영자는 실패에서 도망치거나,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지 말아야 한다.
재능 있고 창의적인 인재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경영진이 뭔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 경영자들은 자신이 현명한 결정을 내린 덕분이라고 자부한다. 이런 경영자들은 자신이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비법을 터득했다고 믿게 된다. 사실은 무작위성과 행운이 기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는데도 말이다. 나는 큰 문제와 작은 문제에 동등한 가치와 동등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문제와 작은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공포에 질리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계획해도 문제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의 대응책은, 모든 직원이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격려하는 것이다. 모든 직원이 직급에 상관없이 상사에게 허가받지 않고 문제 해결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안목이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한 덕분에 더 나은 경영자가 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에드 캣멀이 이상주의자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수많은 것은 말은 좋은 말이고 맞지만 현실에서는 당연히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에드 캣멀은 이를 Pixar에서 해내고 성공으로 만들어 냈다. 실제로 이런 마인드 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제도를 시도하고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업무 특성상 다른 쪽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 과정은 꽤 인상적이다.
대표적으로 픽사에서는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회의를 진행하는데 애니메이션 구상한 초기에 다른 실무진들과 이 초기 스토리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회의이다. 이 회의는 여러 과정을 지나서 픽사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 되어버렸고 이 과정을 통해서 픽사는 계속해서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브레인트러스트 회의는 책의 전반에 걸쳐서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브레인트러스트 시스템의 근간은 간단하다. 영리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맡기고,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얘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정직을 요구받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요청을 받으면 조금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경영자가 아무리 직원들이 솔직하게 얘기할 환경을 조성했다고 생각해도, 직원들이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영자는 이런 이유들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솔직함이 없으면 신뢰도 존재할 수 없다. 신뢰가 없으면 창의적 협업은 불가능하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다른 기업의 피드백 메커니즘과 다른 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때,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스토리텔링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사람들, 대개 작품 제작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둘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이는 중요한 차이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의견서를 보내는 목적은 구체적 처방을 지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브레인트러스트가 감독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브레인트러스트가 내놓는 해법은 감독이나 제작팀이 내놓는 해법만큼 좋을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몇 달마다 한 번씩 직원들을 모아놓고 솔직하게 토론하라고 맡기면 저절로 기업의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첫째, 어떤 집단이건 간에 처벌받을 것이란 공포 없이 솔직하게 의견을 표현하고 비평하고 건설적인 비평 언어를 배우기까지는 일정 수준의 신뢰를 구축할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경험 많은 전문가로 구성된 브레인트러스트일지라도 브레인트러스트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어적인 자세로 비평을 듣는 사람들 혹은 피드백을 소화해 업무를 재설정하고 재시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다. 셋째, 뒷장에서 설명하겠지만 브레인트러스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한번 만들고 방치해도 좋은 조직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에드 캣멀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낀 부분은 Pixar의 성공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다시 재현했을 때이다. 한번이라면 운이 좋았다거나 초기 멤버가 좋았다는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후 디즈니가 Pixar를 인수하고(이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애드 캣멀은 Pixar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을 겸임하게 된다. 당시 디즈니는 과거의 영광을 잊혀질 정도로 10여년간 한편도 성공작은 못만들고 있었고 조직은 일반적인 딱딱한 대기업의 관료체제가 자리 잡았지만 애드 캣멀은 Pixar의 방식을 강제로 밀어붙히지도 않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만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되고 모두가 알다 시피 지금 디즈니는 다시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게 모두 에드 캣멀의 덕은 아니겠지만 그가 추구한 기업 문화와 그의 운영 방식이 꽤 주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 있는 인재들을 원한다고 말하기는 쉽고, 경영자들 또한 재능 있는 인재들을 원하지만, 정말로 핵심 관건은 이런 인재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들을 모아놓아도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팀이 된다.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팀이 돌아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좋은 팀은 서로 보완해주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이 상성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에드 캣멀은 20년 이상 스티브 잡스와 일을 하면서 스티브 잡스를 가까이서 본 사람 중 하나이고 그렇게 오래 일하면서 잡스와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종종 나오는 스티브 잡스 얘기도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고 마지막에도 "우리가 알던 스티브 잡스"라는 한 챕터를 할애해서 Pixar가 보는 잡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경영자의 임무는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의 임무는 직원들이 리스크를 감수해도 괜찮도록 하는 것이다.
신뢰란 직원들이 일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다. 신뢰란 직원들이 일을 망칠 때조차도 직원들을 믿는 것이다.
안정성을 목표로 삼지 마라. 안정보다는 균형이 중요하다.
이책이군요!
응 ㅋㅋ